2017 법무사 4월호

80 │문화의 힘 │ 나라를 구하는 법가(法家) 이야기 ❹ 는다. 저 월나라 사람 중에 헤엄을 잘 치는 자를 기다려서 중국의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다면 월나라사람이헤엄을잘친다하더라도물에빠진자를구제하지못할것이다. 옛날의 왕량을 기다려서 지금의 말을 부린다고 함은 월나라 사람이 먼 곳의 물에 빠진 자를 구한다는 것과 마찬가지 이야기다. 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대저 좋은 말과 단단한 수레 를 오십 리마다 하나씩 두고 중질의 마부로 하여금 그것을 부리도록 하여 빠른 곳을 쫓고 먼 데에 이르고자 하면 가히 이를 수 있어 하루에 천 리를 달릴 것이다. 어찌 반드시 옛날의 왕량 을기다려야하는가?” 한비자의 말입니다. 당장 물에 빠져 죽게 생긴 사람이 있는데 먼 데 있는 사람이 국가대표 수영선수면 뭐 하겠냐는 거죠. 나라도 마찬가지, 당장 혼란스럽고 어지러운데 언제 올지도 모르는 성인, 성현 군주를 기다 릴 순 없으니 법과 제도로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건 왕량이니 가능한 것입니다. 왕량이 없어도 좋은 말과 수레를 갖추어 놓고 오 십 리마다 역을 세워 바꿔 타게 한다면 중질의 마부도 하루에 천 리를 갈 수 있습니다. 왕량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그렇게 시스템을 정비하라는 얘기죠. 법가가 말하는 ‘법’에 대해 단순히 형법이나 형벌만을 떠올리면 안 된다고 누차 말했습니다. 이렇게 시스템으 로서 제도와 정책, 법으로서의 의미가 있습니다. 누가 정치를 담당해도 나라가 휘청거리지 않게 어느 정도 안 정된 궤도 위에서 국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틀을 짜자는 거지요. 법가가 말하는 ‘법’은 정치안정망과 매뉴얼이 고, 장삼이사가조직의수장이되어도조직이굴러갈수있게만들어놓은 ‘프로그램’이라고보셔도좋습니다. 이렇게 통치자의 덕성과 자질에만 목을 매지 않고 시스템과 틀, 매뉴얼을 주목하고 그것을 논했다는 게 법가 사상의큰매력입니다. 법가는늘군주를중급레벨의인간으로상정해놓고사상을전개한경우가많지요. 군주의 지혜가 반드시 인민보다 뛰어난 것은 아니다. 가장 뛰어나지 않은 선함으로 [그것만 믿고, 그것에만의지해서] 인민들을다스리려한다면조건에충분하지않은것이다. - 「민잡(民雜)」 편 법도를 포기하고, 도량을 버리고, 한 사람의 지식에 의존해서 온 세상의 사정을 파악하려고 한다면, 누구의지식으로그것을만족시킬수있겠는가? - 「일문」 편 맹자와 동시대를 살았던 법가사상가 ‘신도’가 한 말들입니다. 『신자(愼子)』라는 텍스트에 실린 말인데요. 그 는 군주를 중간 정도의 인간으로 상정하고, 군주의 지혜와 현명함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나라를 다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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