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4월호
88 미에서 오멸 감독이 고 김경률 감독에게 바치는 ‘오마쥬’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제목을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 2」 라고 붙인 이유입니다. 「지슬」은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이 영화 제에서 넷팩상, 시민평론가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 무비꼴라쥬상을 휩쓸었습니다. 뒤이어 2013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제19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황금수레 바퀴상을 수상했습니다. 제주4 . 3사건을 다뤘다는 면에서 주목을 받은 면도 있지 만 예술적 완성도를 더 높이 산 것이지요.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은 “깊이 있는 서사와 더불어 시적인 이미지까지 「지슬」은 우리 모두를 강렬하게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이었 다.”고 극찬하였습니다. 「지슬」은 시종일관 흑백영상이 관객의 가슴을 파고듭니 다. 컷 하나하나마다 모두 수묵화요, 서정성이 흘러넘치는 풍경화입니다. 오멸 감독은 제주4 . 3사건 당시 이름 없이 돌아가신 희생자들의 제사를 지낸다는 마음으로 이 영화 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제사 지낼 때 빨간 옷을 입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지슬」을 흑백영화로 만든 연유입니다. ‘지슬’은 제주어로 ‘감자’라는 뜻입니다. 감자는 동서고금 을 막론하고 구황작물의 대표주자 중 하나이지요.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 내는 음식입니다. 「지슬」에서 감자는 중요 한 의미를 지닙니다. 마을주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마음을 이어 주는 매개체라 할 수 있지요. 1948년 11월, 미군정과 신생 대한민국 정부는 “섬 해안 선 5㎞ 밖 모든 사람들은 폭도로 간주한다.”는 소개령을 내립니다. 이런 흉흉한 소문을 듣고 마을주민들은 살아남 기 위해 산속으로 피신합니다. 그들은 좁은 구덩이에 몸을 숨기기도 하다가 추위를 견딜 만한 동굴을 찾아냅니다. 그들은 동굴 속에 모여 앉아 감자를 나눠 먹으며 정답 게 일상의 소소한 얘기를 나눕니다. 장가갈 생각, 집에 두 고 온 돼지 걱정, 내일이라도 당장 마을에 내려갈 꿈에 부 풀어 웃음이 그치지 않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감 자 먹는 사람들」이 오버랩 됩니다.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장면입니다. 실제로 당시 제주 북서부 중산간에 위치한 ‘큰넓궤’라는 동굴은 토벌을 피해 숨어든 인근 마을주민들 120여 명이 60여 일을 지냈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토벌대에 발각되어 보초를 서던 마을청년의 도움으로 탈 │문화의 힘│ 법률이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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