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4월호
89 출하지만, 안타깝게도 한라산 근처에서 모두 붙잡히고 말 았다고 합니다. 이데올로기 아닌, ‘화해와 상생’의 시퀀스 4 . 3사건 당시 희생당한 제주도민은 3만여 명으로 추산 되고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아무런 이유 없이, 왜 죽어 야만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희생당한 민간인이었습니다. 「지슬」은 그들에게 바치는 제사요, 씻김굿입니다. 가해자와 희생자, 좌익과 우익의 진영논리, 이데올로기 의 논리로 바라보지 않고 한을 씻고 화해하고 상생하는 차원에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부드럽고 완만한 용눈이 오름에서 군인 상덕이 끝내 순덕을 쏘지 못하고 총구를 내려놓는 장면이 그것을 상징합니다. 영화는 크게 4개의 시퀀스로 이뤄졌습니다. 영혼을 모셔 앉히고(신위), 영혼이 머무는 곳에서 따뜻한 정을 나누고(신 묘), 영혼이남긴음식을나누어먹고(음복), 영혼이편안한곳 으로잘가시라고신위를태우는(소지) 4개의시퀀스는원망 이나분노가아닌평화에대한염원이요, 살풀이인것입니다. 포악무도하지만 일면 어린애처럼 천진하기도 한 마약중 독자 김 상사는 제주설화에 나오는 ‘설문대 할망’처럼 펄펄 끓는 무쇠솥에 갇혀 죽습니다. 한편 동굴에 피신해 있던 마을주민들은 말린 고추를 태 운 연기로 토벌대의 진입을 저지하며 동굴을 빠져나가지만 임신한 무동의 아내만은 끝내 함께 나가지 못합니다. 동굴 안에서 무동의 아내는 해산을 하고 아이의 울음소리만 동 굴 안에 메아리칩니다. 동굴 속으로 신위 한 장이 날아들어 불에 탑니다. 마당 가마솥에도 신위 한 장이 붙어 불에 탑니다. 그들은 살아 생전 서로 총구를 겨눴으나 이제 모두 신위 한 장으로 재 가 되어 하늘에 오릅니다. 화해와 용서의 연기가 자욱하니 피어오릅니다. 마지막으로 배우 양정원이 작사 작곡한 「이어도 사나」가 엔딩 크레딧을 밀어 올립니다. 아방에 아방에 아방덜 어멍에 어멍에 어멍덜 이어도 가젠 살고나지고 제주 사름덜 살앙죽엉 가고저 하는 게 이어도 우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법무사 201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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