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4월호

90 │문화의 힘│ 시야가 트이는 책 읽기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구로꿈나무어린이도서관장 4월, 아삭아삭 봄내음 밥상 이야기 4월, 완연한 봄이다. 한겨울을 버티어 낸 ‘근성 있는 미나리’에게 기죽었던 봄나물들이 일제히 땅을 뚫고 나와 밥상을 유혹한다. 옛 성현들은 무병장수의 비결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를 들었다. 우선 ‘잘 먹는’ 것에서부터 관심을 시작해 보자. 오인태 지음 | 인사이트북스 | 312쪽 『시가 있는 밥상』 저자 오인태는 경상남도 섬 남해 언저리에서 활동하는 시인이다. 그러나 『시가 있는 밥상』은 시집이 아니다. 그렇 다고 산문집, 요리책도 아니다. 시인이 직접 차리는 밥상을 소재로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와 시와 인생과 세상이 버무려진 ‘밥상머리 담론’이다. 그가 저녁 밥상을 스스로 차리기 시작한 것은 번잡한 삶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서였다. 그래서인지 그가 차려 내 는 밥상은 간소하고 정갈하다. 작은 개다리소반의 음식은 1식 5찬을 넘지 않는다. ‘시가 있는 밥상’은 애초 그의 블로그에 차려졌다. 방문 자가 줄을 이었다. SNS(페이스북)에서도 스타(원래도 이 름 있는 시인이지만)가 되면서 중앙 신문에도 연재 요청 을 받았다. 그가 차리는 밥상은 ‘신토불이, 재료의 원형과 성질 유 지, 천연조미료(그것도 아주 작게)’가 원칙이다.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자산어보(玆山魚譜)』는 흑산도로 유배되었던 정약전 (다산 정약용의 형)이 쓴 어류도감이다. 그러나 소설가 한 창훈의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의 무대는 흑산도가 아닌 거문도다. 유한한 인간일 뿐인 작가의 희로애락을 ‘자산’에 담아 털어놓는다. ‘관록의 소설가가 섬과 바다에서 그려낸 논픽션 인간애 사’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섬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팔경호 갑판 위 눈물의 소주」를 시작으로 ‘어디서나 있음직한 일 을 그 섬에서만 있었던 것처럼 글로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 란 이런 것인가’ 싶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작가의 술상 위 바다는 거문도 주위를 찰랑거리는 우리 바다에만 머물지 않는다. 여수-홍콩-베트남-남중국해- 말라카해협-인도양을 거쳐 수에즈 운하에 이른다. 그가 먼저 낸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를 함께 읽는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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