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5월호
82 다는 사실입니다. 춘추시대 말 이전의 사람들은 씨족공동체에 살면서 공동으로 경작하고 소유하면서 살았 기에 사유재산의 주체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춘추시대 말부터 씨족공동체가 해체되고 가장 중심의 5~6인 가정이 사회구성 단위가 되면서 사 전(私田)이 급증하고 시장이 크게 발달했으며, 지식인의 가치가 금값이 되어 모두 사유재산을 빠르게 불려 가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당대의 보편적인 현상이었죠. 그런데 이들의 사유재산 확대는 귀족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도 있었죠. 함부로 빼앗고 갈취할 수 있었 으니 국가는 그것을 막아야 했습니다. 자산계층이 확대, 성장하고 있고 이들이 곧 국가에 세금을 바치고 병 역자원이 되므로, 그들을 보호하지 못하면 의무 부과가 힘들어지고 나라의 힘은 자연히 약해질 수밖에 없어 ‘부국강병’에서 밀려나게 되니 기존의 덕치와 예치만으로는 그들을 보호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명확히 성문화된 ‘법’만이 그들을 보호할 수 있었던 대안이었고, 실제로 천하를 통일한 진(秦)나라의 경우, 상세히 규정된 성문법을 통해 함부로 토호와 귀족들이 백성들의 재산을 뺏거나 그들을 착취하지 못하도록 해 놓았었죠. 진나라는 그렇게 귀족들의 횡포를 근절하고, 사민계층을 국가의 재산으로 키워 갔기에 그렇게 강성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권력이 권력다워지는 길, 정치를 알고 싶다면 법가를 공부하라 “군주가적의침입을받고서나아가싸우지않는것을보고의롭다고할수없으며전쟁에패 하고나서죽은백성의시신을보고슬퍼하는것을보고어질다고할수없습니다.” 병가사상가지만 법가사상가로도 알려진 오기가 「도국(圖國)편」에서 한 말입니다. ‘위문후’라는 군주에게 던진 직격탄인데, 백성들을 제대로 지켜 주지 않으면 어질지 않고 의롭지 않다. 인(仁)이니 의(義)니 아무리 외쳐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이 권력다워지는 데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국방’입니다. 국방은 외부에 서 쳐들어온 적을 상대로 자국의 백성을 지키는 것인데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지요. 외적으로부터의 보호 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 자연적 위험에서 백성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이 권 력다워지는 조건입니다. 법가사상가들은 권력이 권력다워지고 권력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어떤 조건들이 기본적으로 충족이 되 어야 하는지 살피는 눈이 있었습니다. 유가사상에 비해 그것을 아주 잘 뚫어 보고 다루려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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