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5월호
86 는 이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 화는 정순의 입을 통해 이 사실을 알리고 있지요. 4월 11일에는 서울대생 김상진 할복사건이 일어납니다. 학생들은 ‘애국학생 고 김상진 열사 추도식’을 엽니다. 영 화는 1975년 당시 대학에서 ‘독재타도, 유신철폐’를 외치 며 게릴라식으로 데모하던 풍경을 다큐멘터리처럼 리얼하 게 재현합니다. 한 여학생이 확성기를 들고 연설을 합니다. “전태일과 김상진의 죽음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우리…” 학생들이 아침이슬을 부르며 행진을 시작하자 전경이 최 루탄을 쏘며 교내로 진입합니다. 공장에서 노조를 결성하려던 정순은 형사들에게 잡혀 가고 간신히 극장으로 피신한 영수는 의미 없는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극장에서 나온 영수는 쏟아지는 빗 줄기를 속절없이 온몸으로 받아 냅니다. 우산 파는 아이에 게서 재단사가 되기 전 우산을 팔던 어린 전태일이 오버랩 됩니다. 영수는 선배의 도움으로 보일러실에서 일하며 글 쓰기를 계속합니다. 그는 전태일에 대한 글을 쓰면서 자신 이 전태일과 동일시되어 가는 것을 느낍니다. 노동현실 개선에 자신을 바쳤던 청년 전태일은 처음에는 삼일사에 재단사 보조로 취직합니 다. 그러다 재단사가 되어서는 어린 여공들을 조금 일찍 퇴근시키고 자신이 대신 청소도 하고 잔업도 합니다. 아침 에 어머니로부터 받은 차비로 점심을 굶는 어린 여공들에 게 풀빵을 사 주고 자신은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통 행금지시간을 넘겨 파출소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합니다. 어느 날 그는 밥상머리에서 아버지로부터 노동자를 위 한 ‘노동법’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근로기준법」을 공부하 기 시작합니다. ‘바보회’라는 모임도 만들어 노동조건의 개 선을 위해 노력합니다. 하루 평균 14시간에서 15시간씩 일하는 비참한 노동현실을 고발하는 진정서를 노동청에 제출하기도 합니다. 그런 전태일을 사장이 곱게 볼 리 없 습니다. 전태일은 재단사에서 해고됩니다. 재단사에서 해고된 그는 산속에 있는 건설현장에서 막 노동을 합니다. 곡괭이로 땅을 파기도 하고 빗속에서 돌을 나르고 철근을 어깨에 짊어지기도 합니다. 막노동 현장에 어머니가 밥을 싸 가지고 찾아옵니다. 안타까운 모정이 흐 릅니다. 이 힘든 막노동을 겪으며 전태일은 문득 깨달음을 얻습니다. 굵은 빗줄기 속에서 그는 무덤을 파고 누워 봅 니다. 이때 이미 그는 열악한 노동현실의 개선을 위해 자 신을 바치리라고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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