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5월호

87 나는돌아가야한다 불쌍한내형제의곁으로 내마음의고향으로 내이상의전부인평화시장의어린동심곁으로 차라투스트라는 나이 서른에 고향을 떠나 산으로 들어 갔습니다. 그는 십 년 동안 정신의 수련을 거친 후 깨달은 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인간에게 초인을 가르치고 신은 죽 었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산에서 내려옵니다. 전태일은 마치 그런 차라투스트라처럼 산속 막노동 현 장에서 깨달음을 얻고 평화시장 봉제공장으로 되돌아옵 니다. 재단사로 되돌아온 그는 ‘삼동회(삼동이란 평화시장, 동 화시장, 통일상가의 세 건물을 의미함)’를 조직하여 노동운 동을 다시 시작합니다. 삼동회는 신문에 내기 위해 노동현 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합니다. 이들의 노력으로 시력 을 잃어 가고 손도 잘 펴지지 않는 어린 여공, 하루에 16 시간씩 일한다는 노동자, 폐병에 걸려 죽은 경자 이야기가 신문에 실립니다. 삼동회원들은 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고 받은 돈으로 평화 시장 봉제공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는 기사가 실린 신문을 사서 시장 사람들에게 돌립니다. 사장들과의 면담에 서 근로시간 단축, 다락방 철폐, 환풍기 교체, 여성생리휴가 보장 등을 요구합니다. 공장 주인은 일시적으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 다가 국정감사가 끝나자 약속을 파기합니다. 다시 삼동회가 주동이 되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시위를 하 지만 신문에는 일절 보도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 막다른 골목에서 전태일은 비장한 결심을 합니다. 지키지도 않는 법은 차라리 불태워 없애자. 어머니와 마지 막 작별인사를 나누고 『근로기준법』 책을 들고 집을 나섭 니다. 온몸에 석유를 끼얹습니다. 그의 눈빛은 강한 의지 로 빛납니다. 오른손으로 라이터를 켜서 왼손에 들고 있는 『근로기준법』 책에 불을 붙입니다. 우리는기계가아니다! 근로기준법을준수하라! 불꽃으로 사라진 전태일, 유신체제도 끝나고 어느덧 중 년이 된 김영수는 다시 찾은 평화시장에서 『전태일의 삶과 죽음』이라는 책을 손에 들고 걸어가는 청년을 바라봅니다. 또 다른 전태일을 봅니다. 법무사 201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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