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6월호

11 법무사 2017년 6월호 1967년정초에게릴라침투, ‘김신조사건’ 예견해 Q 이번에는 화제를 돌려 보겠습니다. 장관님은 70 평생 안보 분야의 외길을 걸어오셨는데, 처음에 이 분야로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요? 1954년 제가 대학 1년 때였어요. 평양 출신이다 보니 육군본부에서 북한의 청소년,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대 북방송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죠. 어느 날 방송 녹 음을 하고 나왔는데 웬 까만 차가 오더니 치안국에서 나 왔다며 타라는 겁니다. 치안국 특수정보과에서 내 방송을 듣고 부른 거였죠. “이제는 군사작전이 아니고, 정치사상전쟁을 해야 하는 데, 너 같은 친구가 필요하네.” 특수정보과장이 제가 평양 제일고에 다니면서 막스 레 닌주의도 배우고 소련 공산주의도 배웠으니 와서 공산주 의 공부를 하라고 하더군요. 대신 학교 다니는 데는 지장 없게 해주겠다 해서 얼른 알았다고 했죠. 그리고 맡은 첫 임무가 지리산 공비들이 학습한 자료부터 해서 작은 방에 산더미처럼 쌓인 빨간책들을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그걸 6개월 정도 걸려서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고 보니 자연스럽게 공산주의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더군요. 그렇게 1년이 흐르고, 1956년 2월 소련공산당 2 차 당대회가 있던 날이었는데, 갑자기 외신이 난리가 난 거예요.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흐루시초프가 스탈린 격하 운동을 하고 미소 간 평화공존을 선언했다는 거예요. 그 래서 당대회 연설문 전문을 자세히 읽어 봤죠. 그런데 아 무리 여러 번 정독을 해 봐도 스탈린 격하운동이니 뭐니 그런 얘기는 전혀 없었어요. 하지만, 곧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죠. 사실은 글이 없었 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글을 분석해 낼 능력이 없었던 겁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그래서 사상계의 김준엽 선생을 찾아가 공산주의 이 론을 배웠고, 국내에선 소련에 대해 아는 사람을 찾을 수 가 없어 일본의 『대륙연구』 잡지 편집장한테 편지를 써서 소련 관련 정보서들을 공수 받아 공부했습니다. 북한에서 발간한 빨간책부터 소련 관련 책자도 마음 놓고 읽을 수 있었으니 당시 나보다 사회주의 이론에 대해 더 많이 공부 한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Q 그 경력으로 해병대 사령부에 발탁되셨고, 이후 중앙 정보부로 옮겨 가셨지요. 중앙정보부 시절에는 김신조 사건을 예견해 유명해지셨다고 하던데, 당시 비화를 들 어 볼 수 있을까요? 김신조 사건은 제가 북한과장을 할 때 일이에요. 1967 년 정초, 아주 추운 겨울이었는데 사방에서 게릴라가 들어 오더라고요. 3인조, 5인조, 바다, 육지, 해안 가리지 않고 말이죠. 그중에 세 명을 잡아 제가 직접 심문을 했는데, 뭔 가 이상하더라고요. 얘네들이 왜 이런 엄동설한에 내려오 나…, 대개는 하기작전이라고 해서 여름에 내려오는 게 보 통이거든요. 아, 북한이 전략을 바꿨구나. 그래서 여기저기 정보를 수집해 보고는 이건 대통령한테 보고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래서 청와대에 들어가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통일과 안보 문제에는 진보도 보수도 있을 수 없어요.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국가적 이익, 민족적 이익에 대해 알려 줘야 합니다. 통일 대박을 외친다고 통일이 되는 것이 아니고,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안을 만들고 실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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