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6월호
12 보고를 했습니다. “각하, 내년 정초에 대규모 게릴라가 들 어올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심각하면 줄담배를 피우 는 버릇이 있어요. 조용히 얘기를 다 듣고는 줄담배를 피 우더라고요. 그러고는 “거기, 비서실장 들어오라고 해.” 그 렇게 비서실장 불려 오고, 육해공군 참모총장, 국방부장관 다 불려 와서 중앙정보부가 꽉 차게 모여 회의를 시작했죠. “이건 스파이 대간첩작전이 아니고 군사작전이다. 그러 니 국방부에서 책임져라.” 그렇게 되니 중앙정보부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중앙 정보부에서 대간첩작전 조정권이 넘어가면 예산도 권한도 다 넘어가는 거거든요. 하지만, 다들 게릴라부대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들은 하고 있었던 터라 “정초에 서울에 대규모 게릴라가 들어온다”고 강하게 확신하는 나를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었죠.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오고 연말이 되니까 슬슬 걱정이 되더라고요. 큰소리는 쳐 놨는데 연말이 지나고 정초가 되 도록 조용하기만 한 겁니다. 이주일째가 되어도 15일이 되 어도 조용하니 잠자리에 들어서도 오로지 그 생각만 나 더라고요. 그런데 1월 18일 새벽 2시에 갑자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 받았더니 “새까맣게 들어왔습니다.” “어딘 데?” “문산입니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파카를 주워 입고 뛰쳐나왔지요. 그 사건으로 결국 중앙정보부에서 꼼짝없 이 말뚝을 박게 되었죠. 법무사, 통일후토지분쟁등민사문제대비해야 Q 장관님은 해병대 사령부와 중앙정보부의 정통 코스 를 거친 엘리트 보수주의자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진보 적인 김대중 정부의 초대 통일부장관으로 임명될 수 있 었는지 궁금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안보 문제에서는 보수니 진보니, 종북 이니 그런 이념적 잣대를 버려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금의 변화하는 정세를 잘 파악해 우리 안보에 도움 이 될 수 있는 유연한 실리주의를 택하는 것이라는 걸 다 시 한 번 말씀드리고요. 김대중 대통령과는 사실 밥 한 번 먹은 인연이 다였습 니다. 1994년인가 김 전 대통령이 영국에서 돌아와 아태 재단을 설립했는데, 거기 통일관련 강좌에 NL(민족해방계 열) 운동권 대학생들이 와서 현실 모르는 소리들을 한다더 라고요. 그래서 김일성 저작집을 들고 가 몇 번 강의를 하 면서 호되게 비판을 했죠. 그랬더니 어느 날 김 전 대통령 쪽에서 전화가 와서 함 께 점심을 먹으며 “진보정권일수록 강력한 보수주의자를 발탁해 유연한 대북정책을 써야 한다”고 조언을 했지요. 유심히 듣더군요. 그러고는 끝이었는데 대통령이 되신 후 입각 제의를 받았습니다. 난 당시 햇볕정책도 흡수통일론 도 다 비판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고민을 좀 했어요. 하지만 IMF로 나라가 어려울 때니 일단은 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였지요. IMF는 벗어나야 대북정책도 있을 거 아니겠어요. 그러려면 휴전선이 조용해야 하니 휴전선 에서 포탄 안 터지게 하고, 총격전이 안 일어나도록 하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했지요. Q 햇볕정책을 비판하셨지만, 통일부장관 시절 쌀 무상 지원이나 금강산관광, 남북한 고위급회담과 같은 유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셨잖아요. 저는 인도적 지원과 남북교류, 자유왕래에 대해 지지하 는 입장입니다. 다만 심리전의 일부로서 북한에 구멍을 뚫 어 우리의 의식을 심는다는 전략적 사고와 유연성을 가지 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죠. 박근혜 정부에서 여러 기독교 단체들이 우리가 쌀을 주 면 인민군에 간다고 반대하는데, 저는 51대 49라고 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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