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6월호

88 서 둥그런 화강암 돌 하나가 외로이 서 있을 뿐이다. 지추 미술관에서 안도 다다오의 콘크리트 벽과 빛 속 작품들에 취해 있다 보면 우리의 ‘본다’, ‘안다’라는 고정관념이 한 줄 기 죽비소리와 맞부딪치는 소리를 듣게 된다. 2006년에는 베네세 하우스 내에 숙박시설이 완성되었 다. 침대보다 높은 욕조에 누워 적막과 파도소리, 흰 여울, 별빛, 옆을 스치는 기선과 접하다 보면 마치 자신이 하늘 과 바다 가운데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아래층 의 세계적 명화들과 함께 잠든다고 생각하면 열 일 제치 고 자 보고 싶지만, 1박에 최하 50~100만 원. 그것도 예 약해야 가능하다는 소리에 어깨가 움찔, ‘하, 내가 이러려 고 법무사를 했나!’. 나오시마 이우환미술관_점, 선, 바람, 돌 이 나오시마에 2011년, ‘이우환미술관’이 개관했다. 이 우환은 안도 다다오와 협업하여 ‘만남의 미학’을 한껏 펼 쳐 놓는다. 입구의 높은 돌기둥과 큰 바위, 철판이 펼쳐진 야외공간을 지나 지하로 들어가면 삼각형 하늘의 ‘조응의 광장’에서 또 하나의 철판과 자연석을 마주한다. 삼각형 그 림자 속의 넓적한 철판 한쪽 끝이 살짝 들려 고적감을 깨 운다. 이어 ‘만남의 방’은 「점에서」, 「선에서」, 「바람시리즈」 등 이우환의 작품이 즐비하다. ‘침묵의 방’에는 돌과 철, 콘크 리트가 상호 만나는 자연회귀에의 의지를 보여 준다. ‘그 림자의 방’에는 작은 바위 앞에서 동영상이 펼쳐지는데 그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이우환은 “나는 작품에 곧잘 돌을 사용하는데 돌 중에는 지구보다 먼저 생겨난 것도 있다. 터무니없는 시간덩어리를 앞에 두고 말이 너무 많지 않도 록, 잠시 입을 다물고 더 큰 우주, 더 깊은 차원의 소리를 들어 주기를 바랐다”고 일깨운다. 섬을 떠나기 전 해변에 있는 구사마 야요이의 조각 「호 박」도 근사하다. 나오시마의 작품들은 개별적인 이해도에 더해 작품과 공간이 서로 어우러져 그 맛이 더해진다. 작 품이야 어디서든 보고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작품과 환경 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울림을 느껴 보는 호사는 아마도 이곳이 유일하리라. 오사카 오하라미술관도 덤으로 즐겨 보자 첫 비행기를 타고 가서 끝 비행기로 돌아오는 2박 3일 의 빡빡한 여정 속에서도 오사카의 일본 최초 사립미술관 인 ‘오하라미술관’과 ‘동양도자미술관’도 둘러보았다. 오하 라미술관에서 만난 마네, 모네, 쿠르베, 샤갈, 르누아르, 고 갱, 피카소 등 거장들의 작품들 속에 이우환의 「선으로부 터」도 당당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동양도자박물관은 중국도자 65점, 한국도자 80점, 일 본도자 25점 등 보물급 도자기들이 한곳에 상설 전시된다 는 것 자체가 넋을 놓을 만한 곳이다. 특히 ‘이병창 기증실’ 은 우리나라 외교관 이병창이 평생 모았던 국보·보물급의 도자기들을 이곳에 기증해 만들어졌는데, 당시 우리나라 │문화의 힘│ 살며 생각하며 이우환미술관의 관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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