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7월호

74 국가행정을 펼치려 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죠. 괜히 프랜시스 후쿠야마 같은 정치학자가 진을 일러 ‘인류 최 초의 근대국가’라고 한 게 아닌 것이죠. 진에 대한 일반의 오해들과 달리, 「진율 30」에는 형벌이나 형법보다는 행정법의 영역이 많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 발굴되는 죽간들을 보면 많은 사회영역을 더욱 세분화된 법으로 다 스려 정교한 국가행정 시스템을 일구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입니다. 사실 법가사상가들이 말하는 법과 법치는 제대로 된 국가행정을 말함이고, 행정의 일원성과 체계성을 만들어 내기 위한 분투지요. 자, 「진율 30」을 통해 법가사상이 현실에서 어떻게 법률로써 구현되었는지를 보았는데요, 이번 호부터는 구체적으로 법과 사상을 떠받치는 핵심 개념인 법(法)과 술(術), 세(勢)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법(法)’입니다. 법의 구체적인 특성과 얼굴, 법치의 목표 등에 대해 알아봅니다. 법가에게 ‘법’이란 변법, 즉 ‘사회개혁’ ‘법가(法家)’는 한비자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구성된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법가를 하나의 학파라고들 생각하지만, 사실 법가는 동일한 스승과 텍스트를 공유하지 않고, 모두가 인정하는 종사나 창시자도 없으 며, 스승에서 제자로 전승된 사례도 없기 때문에 ‘학파’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법가는 서로를 잘 알지도 못 했고, 서로 간에 동지의식을 가진 적도 없었습니다. 오기, 상앙, 신불해, 신도, 이들을 ‘법가’라고들 하는데 한 비자가 등장하기 전에는 이들이 하나의 범주로 묶인 적도 없었죠. 다만, 한비자가 이들을 통치의 근본원칙과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상가들이라며 ‘법가’의 이름으로 묶었고, 그들의 사상을 취합해 자신의 사상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이후 줄곧 하나의 학파처럼 인식된 것이지요. 그런데 왜 그들이 법가일까요? 말하나 마나 법을 중시했으니 법가지요. 하지만 법가 중 누구도 단순히 법 을 중시해라, 법으로 다스리라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바꾸고 개혁하자는 ‘변법(變法)’을 주장하면서 유가의 정치노선과 통치방법인 덕치와 예치, 인치를 부정했죠. 그러다 보니 기득권을 가진 이들과 충돌했고, 유가와 사상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법가의 정체성과 그들이 말하는 법의 구체적 모습 이 유가와 같이 이야기될 때 명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성인은백성의풍속을바꾸어서가르치지않으며지혜로운자는법을고쳐서다스리지는않는다 고합니다. 백성의풍속을따라서가르치면수고하지않아도공이이루어지며원래의법에의거하여 다스리면관리들은능숙하게되고백성들은편안해합니다.” -『상군서(商君書)』, 「경법(更法)편」 │문화의 힘 │ 나라를 구하는 법가(法家) 이야기 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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