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7월호
│문화의 힘│ 살며 생각하며 중국의 동북공정에 너무 무지한 것은 아닐까? 2006년 필자는 모 일간지에서 당시 정년퇴임하신 임효 재 전 서울대 고고학 교수의 인터뷰를 보고 깊은 실의(失 意)와 의문에 빠진 일이 있었다. 당시 인터뷰는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인해 우리도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빼앗길 위기에 있다 는 내용이었는데, 2004년 광개토대왕비와 장군총, 고구려 고분, 고구려의 옛 성들이 중국의 역사문화유산으로 유네 스코에 등재되어 사실상 고구려가 중국의 역사가 되고 말 았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다음 해인 2005년, 광개토대왕비를 보러 중국 에 갔다가 ‘중국사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라고 쓰여 있는 문구를보고감정이복받쳐올라목놓아울었다고한다. 필자는 이 인터뷰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왔던 중국의 동북공정 사업에 대해 너무 무지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사실 국내에서만 떠들 뿐 외국학계 에 나가 문제를 제기한 사람도 없지 않은가. 게다가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중국의 속국이었다 광개토대왕비 앞에서 목 놓아 울다 이상진 본지 편집위원 · 법학박사 는 말을 했다고 해서 여론이 들끓기도 했는데, 이런 일들 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과연 중국이 동북공정 사업을 통해 왜곡하려 하는 고 대사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대처하고 있는 가. 학계에서도 고대사에 대한 여러 학설이 있는데, 필자 는 우리의 정체성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이미 잘 알려진 다수설 외 소수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 각한다. 우리 고대사체계, 다수설만 옳은 것일까? 우리 고대사의 체계는 단군조선, 준왕(準王), 위만조선, 한사군, 열국시대,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로 되어 있는데 하나씩 차례대로 알아보자. 먼저 기자(箕子)와 위만(衛滿) 에 대해서다. 기자는 위만과 더불어 우리 상고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중국인이다. 기록에 의하면 기자는 상(商)나라 말기에 주 족(周族)이 상 왕실을 멸망시킨 뒤 서주(西周) 초에 조선에 망명하였다고 한다. 한편, 위만은 진(秦)나라와 한(漢)나라 (건국 B.C. 202년)가 교체되던 혼란기인 서한(西漢) 초에 연(燕)나라 유민으로 조선으로 망명(B. C. 195년)하여 기 자의 후손인 준왕(準王)의 정권을 빼앗아 위만 조선을 건 국한 사람으로 기록된다. 사마천(司馬遷)은 위만조선을 『사기』의 「조선열전(朝鮮 列傳)」으로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는 반면 기자에 대해서 는 독립한 세가(世家)나 열전(列傳)으로 다루지 않고, 부분 적으로만 언급한다. 『사기』는 중국 천자(天子)를 중심으로 그의 통치질서가 미치는 곳만을 포함시키고, 그 밖의 지역 은 제외했는데, 중국의 여러 기록과 출토된 유물에 따르면 기자는 단군조선의 서부변경, 지금의 요서지역에 망명하 여 거주했던 것으로 확인되는바, 그 때문에 사마천이 독립 적으로 기록하지 않았던 것이다.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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