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7월호
서사의 암송을 강요받습니다. 흰 수건을 쓰고 흰 고무신을 신은 우리 민족은 ‘슬픈 족속’입니다. 동주는 몽규와 강처중(연희전문 문과 동기생) 등과 함 께 문예지를 만들며 이화여전 여학생 이여진을 알게 됩니 다. 여진은 동주를 정지용 선생 집에 데리고 갑니다. 지용 선생은 일제의 강압통치에 반발하여 붓을 꺾고 집에 칩거 하며 세월을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술이 울분을 달래 주는 유일한 친구였지요. 반면, 소설 「무정」으로 혜성과 같이 나타나 당시 청년들 로부터 흠모의 대상이 되었던 이광수는 1922년 민족개조 론을 발표하면서 친일파의 길로 접어든 이래, 1939년 친 일어용단체인 조선문인협회 회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친 일행위를 자행합니다. 그는 자진해서 “가야마 미쓰로(香山光郞)”란 이름으로 창씨개명 합니다. 창씨개명을 독려하는 글을 발표하고 전 국을 돌며 학도병 지원 유세에 나섭니다. 동주는 평소 존 경하고 동경하던 지용 선생을 만나고 나서 희미하게나마 일본유학을 꿈꾸지만 창씨개명이란 걸림돌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동주의 아버지는 아들의 일본유학을 위해 창씨개명의 굴욕을 감당합니다. “히라누마 도쥬”, 동주의 창씨명입니 다. 1942년, 동주는 도쿄의 릿쿄대학 영문과에 입학하였 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교토의 도시샤대학 문학부에 편 입학하게 됩니다. 이 대학은 그가 좋아하는 정지용 시인이 졸업한 학교이기도 합니다. 교토 제국대학에 다니는 몽규 와도 재회합니다. 둘은 다시 운명의 공동체로 묶여집니다. 항상 조선인 유 학생 회합에 함께 다닙니다. 몽규는 식민지 치하에서는 폭 력만이 독립을 쟁취하는 길임을 격렬하게 역설합니다. 동 주는 “시가 사람들 마음속에 살아 있는 진실을 드러낼 때 문학이 힘을 얻게 되고, 그 힘이 하나하나 모여서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84 │문화의 힘│ 법률이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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