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7월호
85 법무사 2017년 7월호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우리 가슴속에 빛나는 별, 동주 일제는 공산주의와 무정부주의자들의 확산을 막기 위 해 1925년 4월 「치안유지법」을 공포합니다. ‘치안유지법을 조선 및 사할린에 시행하는 건’에 의해 같 은 해 5월 12일부터 식민지 조선에도 이 법이 시행됩니다. 「치안유지법」 제1조는 “국체를 변혁하고 또는 사유재산 제도를 부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결사를 조직하거나 또는 그 정을 알고서 이에 가입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우 리민족의 독립운동을 탄압하는 데 악용되어 왔습니다. 1943년 7월, 일제는 「치안유지법」 위반죄로 동주와 몽 규를 교토에서 체포합니다. “사상문학서를 탐독하고, 민족 의식을 가슴에 품고, 교토조선인 유학생 회합을 송몽규와 함께 주도하고, 독립운동에 가담하여 징집령을 이용해 무 장봉기를 계획”하였다는 것입니다. 일제는 소위 “재교토 조선인학생 민족주의그룹 사건”이라고 명명합니다. 동주의 수인번호는 四七五이고, 몽규는 三六八입니다. 붉은색 수의를 입고 가슴에 수인번호를 단 채 동주와 몽 규는 주3회,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습니다. 동주는 주사를 맞고 나면 힘이 빠지고 의식이 몽롱해집니다. 꿈속 에서나마 어머니가 계신 북간도에 갑니다. 1945년 2월 16일, 동주는 후쿠오카 형무소 차가운 감 방 안에서 눈을 감습니다. 시신을 찾으러 온 동주의 아버 지에게 몽규는 동주가 알 수 없는 주사를 맞고 죽어 갔다 고 전합니다. 곧 이어 몽규도 3월 7일 세상을 떠납니다. 일 제의 잔혹한 생체실험의 제물이 된 것이지요.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동주와 몽규는 나란히 고향땅 북간도 용정에 묻혔습니 다. 별이 되어 빛나는 시인 동주의 삶은 자랑처럼 우리의 가슴에도 빛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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