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10월호
82 │문화의 힘 │ 나라를 구하는 법가(法家) 이야기 ❿ 군주의권력과생존을위한두개의권병, 형(形)과덕(德) 『한비자』에는 신하에게 겁박당하거나 다른 궁중의 실력자에게 시해되어 필부의 처지만도 못하게 된 불 쌍한 왕들의 사례가 무수히 열거되고 있습니다. ‘세’가 없어 비참하게 된 군주들의 사례를 끊임없이 상기시 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가죠. 역사적 사례를 통한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라고 하겠는데, 그중 송나 라 임금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사성(司城) 자한(子罕)이 송나라 임금에게 일러 말하기를, 칭찬하고 상 주는 일은 민이 좋 아하는 것이니 군주께서 행하십시오. 죽이거나 처벌하는 일은 민이 싫어하는 것이니 제가 그것을 담당하고 싶습니다,라고 하였다 한다. 그래서 서민을 죽이거나 대신들을 처형할 경 우에는 송군이 말하기를 ‘자한과 그것을 의논하라’고 하게 되었다. 일 년 지나 민이 그들을 죽이거나살리는명령이자한에게서마련된다는것을알았기때문에온나라가그쪽으로귀 의하게 되었다. 그래서 자한이 송나라 임금을 위협하여 그 정권을 빼앗았지만 법으로는 금 할수없었다. - 『한비자』, 「외저설우하(外儲說右下) 편」 저런, 송 임금은 형벌을 내리는 권한을 신하에게 주었네요. 군주가 발톱과 이빨을 잃었으니 누가 무서워 할까요? 그래서 한비자가 말했습니다. “호랑이가 능히 개를 굴복시킬 수 있는 까닭은 발톱과 어금니를 가 졌기 때문인데, 호랑이가 발톱과 어금니를 버리고 개로 하여금 쓰게 한다면 호랑이가 개에게 굴복할 것”이 라고요. 송나라 군주는 발톱과 어금니를 잃어버리다 못해 스스로 남에게 거저 준 셈이죠. 형벌을 내릴 권 한을 주다니, ‘세’를 잃을 수밖에요. 항상 형벌을 행사할 권한을 움켜쥐고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알아 두어야 할 것은 한비자는 형벌만을 말한 게 아니라 상도 말했습니다. 상을 주고 베풀 수도 있어야 한다고도 했지요. 그것을 ‘덕(德)’이라 했는데 벌만이 아니라 덕도 같이 쓸 수 있어야 한다 는 것입니다. 이렇게 군주는 벌과 상의 두 자루를 쥐어야 합니다. “현명한군주가신하를제어하기위하여의존하는것은두개의권병(權柄)일뿐이다. 두개 의 권병이란 형(形)과 덕(德)이다. 처벌하여 죽이는 것을 ‘형’이라고 하고, 칭찬하여 상 주는 것을가리켜 ‘덕’이라한다.” - 『한비자』, 「이병(二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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