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10월호
89 법무사 2017년 10월호 공간인 동시에 화해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안토니아의 4대에 걸친 가족 외에도 마을사람들이 하 나둘씩 이 공동체에 들어옵니다. 디디와 루니 립(미친 입 술)이 제일 먼저 들어오고, 청혼을 거절당한 농부 바스가 아들 5명을 데리고 점심을 먹으러 줄지어 옵니다. 다니엘의 사랑하는 동성가족 리리 앤더슨, 산파이자 장의사인 올가, 제복을 벗어 던지며 ‘나는 자유다’고 외친 자유분방한 신부, 마지막으로 다니엘의 임신을 중재한 레타와 그녀의 자녀들이 차례로 합류합니다. 그들은 억압 을 벗어버리고, 침울을 내던지고, 자유분방하게 식사하 는 내내 유쾌, 상쾌합니다. 이 영화가 물론 명백하게 페미니즘 담론을 담은 영화 이지만, 그러나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뚜렷한 담론이 하 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삶과 죽음을 하나로 바라보는 잔 잔한 시각입니다. 영화에서는 무수한 생명이 태어나고, 또한 사고든 자연사든 많은 사람이 죽어 가지요. 미친 마돈나와 아래층 신부의 죽음, 농기계에 목이 부 러져 죽는 댄, 동생 얀에게 살해되는 피트, 부리던 소에 게 받혀 죽는 얀, 트렉터 사고로 죽는 미친 입술, 13번째 자녀를 낳다가 죽는 레타, 목매달아 죽은 염세주의 철학 자 크룩핑거… 태어나고 죽는다는 이 모두가 자연의 한 과정이고 그 일부분이라는 거지요. 이러한 생각은 어쩌 면 장자의 사고와 끝자락이 닿아 있습니다. “차별을 넘어선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분산 소멸한다 는 것은 그대로 생성한다는 것이 되며 생성한다는 것은 곧 사멸한다는 것이 된다. 모든 사물은 생성과 사멸의 차 이가 없고 통틀어 하나인 것이다.” - 『장자』 제2편 「제물론」에서 인용 “무릇 자연은 나에게 형태를 주고 나에게 일하는 의무 를 과했으며 늙게 함으로써 편안한 그날을 보내게 했고 죽음에 의해 휴식을 제공했다.” - 『장자』 제6편 「대종사」에서 인용 안토니아는 해가 뜨기 전 일찍 일어나 그날이 그녀 생 애에 있어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알고 담담하게 받아들 입니다. 삶과 죽음은 반복이라는 것을, 그녀가 죽은 후에 남겨진 삶은 다니엘, 테레사, 사라를 통해 연속되리라는 것을. 그리하여 그녀는 마지막 죽음의 날에 그녀의 공동 체를 모두 부릅니다. 삶과 죽음은 한통속이니 슬퍼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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