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10월호
90 │문화의 힘│ 시야가 트이는 책 읽기 『꽃 피는 삶에 홀리다』 정말 ‘놓치기 아까운 책’. 미문의 진수다. 매력적인 제 목으로 사람을 ‘홀리는’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초판이 2009년에 나왔으니 8년이나 됐지만 꾸준히 읽히는 이 유다. 명불허전! 신문사 미술담당 기자와 미술평론가를 오 랫동안 업으로 해 온 저자가 동서고금의 시서화(詩書畵) 를 매개로 쓴 산문들은 한 편 한 편이 모두 시다. 마치 가수 이동원, 박인수가 이중창으로 부르는 정지 용의 시 「향수」를 책으로 듣는 것 같다. “아뿔싸, 문 열자 봄이 가고 버들개지가 진다. 구름 가 고 구름 와도 산은 다투지 않는데,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삶은 이운다. 짧아서 황홀하다, 말하고 싶다”는 손철주의 첫 글은 “꽃은 피고 지고”로 시작한다. 이 좋은 계절 시월에 꽃 피는 삶에 홀리어 보자. 오감 으로 느껴야 할 이런 책을 글로 설명하기가 가장 어렵다. 『경계에 흐르다』 동양철학자 최진석(서강대 교수)은 EBS의 ‘노자 특강’으 로 철학을 우리 곁에 가까이 끌고 와 ‘스타’가 됐다. 철학 강 의로 청중의 마음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 면 그의 설득력은 ‘사람들에게 철학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를 통찰한 결과이다. 그의 통찰은 생각에 갇히지 않고 끊임 없이 자신을 ‘경계’에 내던짐으로써 나왔다. 최진석이 말하는 철학은 ‘진리, 신념, 이념 등 기존 믿음 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새로운 빛을 본 눈은 자신의 몸을 앞 으로 기울게 만든다. 고로 철학적이지 않은 이는 고인 물, 썩기 마련이다. 스스로를 경계에 흐르도록 내던지는 이유 다. 대붕은 원래 작은 물고기였다. 부단한 학습의 공력이 극 한에 이른 찰나 과감하게 9만 리를 튀어 올라 대붕이 되었 다. 한쪽만 붙잡지 않고 경계를 흘러야 가능한 일, 대붕은 9만 리를 튀어 오르는 내내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 다 한다.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구로꿈나무어린이도서관장 10월, 달달한 산문과의 산책 손철주 / 오픈하우스 / 304쪽 10월. ‘잊혀진 계절’, ‘시월의 마지막 밤’이나 ‘시월의 어 느 멋진 날에’ 책을 읽는다고 한다면, 달달한 에세이집 말고 더 뭐가 있을까. 우리 곁에 있는, 각자의 분야에서 한 가닥 하는 거장들의 산문(에세이)집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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