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11월호

63 법무사 2017년 11월호 동산컨설팅’란 문구를 붙인 사무실이 보였다. 알고 보니 오래전 폐업한 시골다방이었다. 벽에는 젖가슴을 드러낸 모델사진이 그대로 붙 어 있었고, 테이블에는 성냥과 재떨이도 다방에서 쓰던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모인 많은 신사숙녀들은 이런 환경에는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지도와 도면을 펼쳐 놓고 ‘절대농지 투자방법’과 ‘관리지역 내 시가화조 정구역 개발전망’ 등에 대한 브리핑을 듣는 데 열 중이었다. 동기 소장이 필자를 비롯해 함께 온 방문객들 을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인사를 시키고, 돼지머 리 앞에서 간단히 절을 올린 다음 수표 몇 장을 꺼 내 돼지 입에 끼워 넣고는 “땅 한사라 내 오이소!” 라고 크게 외치면서 창가 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 다. 02. 미등기전매와 불법투기판 필자는 자욱한 담배연기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 서 일어나 이리저리 서성이며 개업화환에 찍힌 유 명 인사들의 이름을 훑어보았다. 그사이 함께 간 동기들은 즉석해서 몇 건의 계약을 하고 벌써 계약 서를 쓰고 있었다. 그제야 필자는 그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어서 애당초 등기할 생각은 없이 찍어서 P(프리미엄) 붙 여 되팔 요량으로 방문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평당 17만 원 호가에서 평당 1만 원씩만 깎아도 어차피 지주로부터 인정(백지위임) 받아 현지 사 정에 어두운 울산 고객들에게 수십 배로 부풀릴 미 등기전매에서의 중간마진이란, 중간거래상들에게 막대한 이윤을 보장하는 노다지였기에 돈 냄새를 맡고 몰려든 중개사들과 투기꾼들로 그 시골다방 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것이다. 그러니 돈 벌었다고 입이 귀에 걸려 있는 동기 소 장에게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21살짜리 어린 친구 던데요?”라고 물어보는 것은 삼가야 할 일이었다. 돌아오는 길, 함께 간 사람들이 저마다 계약한 땅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다고 해서 잠시 차를 세웠 다. 중개사들은 담배를 한 대씩 피우고는 “여가 거 라믄 되는 기지, 지들이 우예 확인할끼고?”라며 아 무 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 장씩 찍게 하고는 곧바로 울산으로 내달렸다. 그 길에서 필자는 내내 멀미에 시달렸다. 담배냄 새와 값싼 믹스커피의 냄새가 더해진 꼬리한 냄새 가 견디기 힘들 만큼 비위를 상하게 했다. 울산 톨게이트에 들어서자마자 필자는 황급히 차에서 내려 몇 차례나 구토를 하고서야 집으로 돌 아올 수 있었다. 이미 해는 기울어 거리에는 땅거 미가 내려앉고 있었다. 03. 그때 그 사람들의 부당이득금반환소송 그 후 10년이 흐른 2015년 여름, 필자는 법무사 가 되어 한 선배 법무사로부터 사건 하나를 소개받 게 되었다. 그런데 어쩐지 낯이 익었다. 원고는 4 명의 투자자. 피고는 등기명의인. 순간 10년 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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