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11월호

88 │문화의 힘│ 시야가 트이는 책 읽기 『꽃의 제국』 식물의 세계와 생존전략을 다룬 책들 중 오래된 스테 디셀러다. ‘두뇌도 없는 식물이 어떻게 수억 년 동안 지 구를 지배했는지’에 대한 대중보고서다. 식물학자의 고 지식함보다 독자의 눈높이에서 생존과 번영을 위한 식 물들의 치밀한 세계를 흥미롭게 다뤘다. 근접 촬영(접사) 과 고품질의 사진자료 또한 다른 책들보다 압권이다. 식물의 세계는 동물보다 더 영악하고 치밀하다. 그들 의 번식과 생존전략에 빠지다 보면 ‘조물주’를 부정할 수 없다. 바람에 수꽃의 꽃가루를 암꽃의 수술로 날려 보내 는 풍매화의 대표 격인 참나무의 암술머리는 맨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 점(點)이다. 지름이 0.04밀리미터에 불 과한 졸참나무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작은 점(암술머리) 에 들어가 도토리를 만드는 과정은 ‘신의 경지’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다. 그것을 경쟁적으로 치장하고, 자랑함 으로써 종족번식을 꾀한다”고 한다. 『약이 되는 산나물 들나물』 이 책도 오래된 스테디셀러다. 들과 산에 널려 있는 식물 들이지만 모르면 ‘잡초’요, 알면 ‘약초’다. 웰빙에 관심이 높 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허준의 약초 학교’가 유행이다. 이 책은 약이 되는 식물 중 ‘나물’에 집중했다. 식도락가의 기본은 ‘제철 나물’ 하나는 밥상에 올리는 것. 우리 산야에서 나고 자라는 식물 중에 나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60~70종에 이른다. 그중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들나물 18종, 산나물 25종, 나무나물 7종 등 총 50종의 나 물이 이 책에 소개되었다. 이 중에는 민들레나 쇠비름처럼 실제 한약재로 쓰이는 나물들도 많다. ‘해외교포가 찾는 고들빼기, 봄을 앞서가는 냉이, 들나물 의 제왕 달래, 천연향수 더덕, 근심을 덜어 주는 원추리, 근 성 있는 미나리’의 소제목이 암시하듯 나물에 스토리를 입 혀 읽기가 재미있다. 요리법, 영양분, 효능, 계절, 주산지, 재 배법, 특성까지 정리된 ‘나물도감’.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구로꿈나무어린이도서관장 11월, 식물의 세계에서 우주의 섭리를 강혜순 / 다른세상 / 272쪽 가을도 겨울도 아닌 어중간한 11월. 산과 들의 길가에 저 혼자 조용히 살아가는 야생화나 나무들 같다. 뿌리의 계 통과 이름의 족보가 분명히 있는데도 ‘저 나무, 이 꽃’으 로, 심지어 ‘잡초, 잡목’으로 불리는 식물의 세계. 그러나 자세히들여다보면그속에우주의섭리가보인다.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