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11월호
9 법무사 2017년 11월호 “부패를 막지 못하면 가난은 해결되지 않는다.” Q ‘ 한국투명성기구 ’ 는 ‘ 국제투명성기구(TI:Transparency Inernational) ’ 의 한국본부로 알고 있습니다. 국제투명 성기구를 UN 산하단체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은데, 설 립 취지가 궁금합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1993년 독일에서 세계은행(IBRD) 출 신의 피터 아이겐 박사가 국제적인 부패감시기구로 설립 한 NGO입니다. UN 산하기구가 아닌 민간기구죠. 아이겐 박사가 국제투명성기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매우 인상 적인데, 들어 보시겠습니까. 아이겐 박사는 원래 세계은행에서 아프리카–라틴아메 리카 경제개발 프로그램 관리자로 25년간이나 일했습니 다. 주로 경제개발자금을 만들어 지원하는 일을 맡아서 했 지요. 그런데 아무리 원조기금을 가져다 줘도 이들 국가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관리나 정치인들의 부패가 너무 심했기 때문 이죠. 예를 들어 발전소를 짓는다고 치면 공무원들이 뒷거 래를 통해 공사비를 부풀려 착복하니 건설비는 엄청나게 들어가는데 환경오염은 심각해지고, 학교를 세우려 하면 고위공직자의 부인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생산한 형편없는 책걸상을 비싸게 구입해 착복하는 식인 겁니다. 아무리 막아 보려 해도 부패를 감시하고 통제해야 하는 그들 정부 자체가 부패해 있으니 돈만 낭비하고 프로젝트 는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거예요. 결국 아이겐 박 사는 ‘부패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가난은 해결되지 않는 다’는 생각으로 세계은행에 사표를 내고, 93년 고국 독일 로 돌아가 부패에 대응하는 세계적 조직인 ‘국제투명성기 구’를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Q 아이겐 박사의 선구자적인 실천이 존경스럽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각 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 : Corruption Perception Index)를 발표하고 있는데, 지난해는 176개국을 조사했더군요. 어떻게 그 많은 나 라를 조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외의 활동들도 궁금 합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어떻게 하면 각 나라가 부패 문제에 더 신경을 쓰고 부패방지를 위해 노력할까를 고민하다가 만들게 된 것이 바로 ‘부패인식지수’입니다. 많은 분들이 ‘부패지수’라고 부르던데, 정확히는 ‘부패인식지수’입니다. 부패라는 게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범죄발생률이나 범인검거율과 같은 통계처럼 객관적 인 통계를 내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각 나라를 오가는 사업가나 국가분석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내 용을 토대로 그들이 개별 국가의 공무원과 정치인들에 대 해 부패했다고 느끼는 정도를 측정해 산출하는 것이지요. 1995년, 이 부패인식지수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국제사 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개별 국가별로 순 위가 매겨져 있으니 각 나라에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 었던 거죠. 지금은 크게 성공해서 부패와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지표가 되었습니다. 세계투명성기구는 부패인식지수 외에도 2년마다 한 번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지난 정권의 상상초월 부패상에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새 정부는 참여정부 이후 중단되었던 관계기관 반부패정책협의회를 부활, 공직사회 전반을 쇄신하겠다고 나섰다. 우리 사회가 진정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부패 활동에 대한 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난 10월 26일, 한국투명성기구 유한범 사무총장을 만나 국내외 반부패활동 전반에 대해 궁금한 이야기들을 나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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