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1월호

인터뷰 만나고 싶었습니다_이시형 세로토닌문화 원장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누구에게나 인권은 있다, 악인에게도! 업계 핫이슈 변호사강제주의 「민사소송법」 일부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대한 반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행복 2018년 1월 vol. 607

발행인 노용성 편집인 방용규 편집주간 박형기 편집위원 고덕철, 김대봉, 김미영, 김인숙, 박재승, 서정우, 송태호, 염춘필, 이상진, 이종만, 이태근, 정정훈 편집장 임정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18년 1월 5일 통권 제607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표지 일러스트 박혜림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 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생에서 상속까지” 우리 인생의 열두 달 이야기 출생의 순간 2세의 출생을 맞이하는 부모님은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합니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부모가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고 싶은 무한대의 사랑, 부모와 아기는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차원의 사랑으로 연결된 관계입니다. 법무사는 우리의 출생, 그 첫 순간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 드립니다. 1월

Contents 새해를 열며 06 신년사 노용성 대한법무사협회 협회장 08 임원소개 대한법무사협회 상설 기구와 일하는 사람들 인터뷰 12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시형 세로토닌문화 원장 시사 속 법률 18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누구에게나 인권은 있다, 악인에게도! 24 주목! 이 법률 개정 「소득세법」 · 「법인세법」 상 세율 인상의 주요내용과 향후 과제 생활 속 법률 28 고마워요 생활법률 소상공인편 1 _ 소상공인 창업절차와 지원제도 34 법조기자가 쓴 생활판례 보따리 강아지 싸움 말리다 부상당한 견주, 손배소송 등 38 새로 시행되는 법령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2017.12.3. 시행) 등 42 법률고민 상담실 민사, 민사집행 분야 4가지 고민상담 동정 등록 90 협회는 지금 협회·지방회·법무사 95 법무사 신규등록·등록공고

2018 01 Vol. 607 법무 뉴스 46 법무사가 달린다 10년에 10억 기부, 유석권 법무사 50 입법동향 2018년 달라지는 법무사 관련 제도 52 업계동향 각 지방회 연말 기부 주명식 법무사 법조봉사대상 수상 54 업계 핫이슈 변호사강제주의 「민사소송법」 일부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대한 반론 60 자유 발언대 「부동산서비스산업진흥법」의 시행과 법무사업계의 변화 법무사 FAQ 99 내가 만난 법무사 창업부터 폐업까지, 운명을 함께해줘 고마워요 실무 지식 66 지방세 Q&A 취득세 감면 받은 법인의 담보신탁을 위한 신탁 시 추징대상 판단 등 72 법무사 실무광장 외국인의 상속등기 처리에서 유의할 점 문화의 힘 10 사람이 살고 있었네 속초시 동명동 양미리부두 어촌사람들 78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행복 84 법조, 그땐 그랬지 60년대 그 시절, ‘법원 과거시험’을 아시나요? 88 책에서 깨친 인생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물러날 때와 나아가야 할 때

무술년 새해, 위기를 기회로, 기회를 성공으로 만들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 어려움 속에서도 국 민의 권익 보호와 사무소의 발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려온 모든 회원님들의 노고에 깊은 존경과 격려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丁酉年은 법무사제도 탄생 1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였습니다. 게다가 우리 협회가 1990년 「법무 사법」 개정에 따라 각 지방법원으로부터 등록업무를 이관 받아 시작한 지 27년 만에 “1만 번째 등록 법무 사”가 탄생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강산이 12번 바뀌는 120년의 시간 동안 우리 법무사제도는 변함없이 국 민들에게 선택받고 인정받는 제도로 살아남아 등록법무사 1만 명 시대를 맞이한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너 무나도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해에도 법무사 120년 역사에 흠이 가지 않도록 우리 법무사제도를 더욱 신뢰받고 사랑받는 제도로 만들어가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지난해 개인회생·파산 사건을 처리한 법무사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판결과 금융권의 전자등기 저가입찰 가속화 등은 우리 법무사제도 자체의 근간을 흔들고, 법무사업계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위험 요소로서 우리를 매우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협회는 어떠한 위기상황과 위험이 올지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법무사업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협회는 「변호사법」 위반 판결에 대해 그 부당성을 지적하 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고,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고발 된 사건 중 한 사건을 선정하여 위헌법률심판 제 청신청을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법무사직역의 수호와 확대를 위한 입법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협 회는 지난 4월, 직역수호를 위해 주요 현안들에 대해 긴급 대응할 수 있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더불어 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공동으로 국회 공청회를 개최, 비송사건 및 개인회생·파산사건, 소액소송사건 등의 실질적인 조력자인 법무사에게 대리권을 부여하는 입법 개정의 전초를 마련한 바 있습니다. 또한, 법무사의 전문성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 하에 전문가과정 을 기획, 제1회 과정으로 파산·회생 전문가과정을 성황리에 진행한바, 새해에는 강제집행과 민사신탁 등 새 로운 업무영역 개척에 필요한 전문교육 과정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6 새해를 열며 신년사

지난해 협회가 추진한 사업 중 또 하나 중요하게 보고드릴 것은 지난 총회에서 공익활동위원회와 홍보위 원회가 신설됨에 따라 공익활동과 홍보활동의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입니다. 서울시 공익법무사 활동 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대상시설을 추가·정비하는 등 체계를 재편하였고, 업계 최초로 공익활동 보고서 『사 랑나눔, 따뜻한 법무사 이야기』를 발간하는 한편, 홍보활동의 다각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출생에서 상속까지 인생의 모든 순간에 법무사가 함께한다”는 카피에 생활법률 전문가 이미지를 담은 포스트와 각종 광고를 제작, 배포하였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라 협회 블로그의 안정적 운영, SNS 홍 보동영상 「엄마의 이름」(웹드라마)과 「내가 만난 법무사」(120주년 기념영상)를 제작, 유튜브 등을 통해 배 포한 바 있습니다. 새해에는 「엄마의 이름」 후속작인 「아빠의 선물」 웹드라마와 함께 「(가제)법무사의 하루」 다큐, 라디오광고 등도 제작, 배포할 예정입니다. 친애하는 회원 여러분! 새해를 시작하며 무엇보다 협회는 본격적인 전자등기시대의 대비와 브로커 근절을 위해 자격사대리인의 본인확인제도 도입을 위한 「부동산등기법」 개정에 사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최근 제정된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법」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재편과 마지막 남은 농협의 전자등기 입찰 시행, 법조 브로커들에 의한 등기시 장의 혼탁 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 ‘본인확인제도’의 법제화는 우리에게 매우 절실한 과제입니다. 또한, 보수표 전면폐지 회칙 개정안에 대한 인가근거를 포함한 보수기준 개정을 내용으로 하는 「법무사 법」의 개정 추진과 민사·상사·가사·가족관계등록 비송사건 신청대리 등 현실적인 법무사의 업무범위와 그 업무권한을 명확히 하기 위한 「법무사법」 일부개정안(이은재 의원 발의)의 통과, 그리고 소액대리권 허용 법률개정안의 입법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지난해 나경원 의원에 의해 재발의된 변호사강제주 의 「민사소송법」 개정안 철회를 위한 활동도 강력 추진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2018년 법무사업계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회원 각자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퇴로는 없습니다. 위기의 벽을 뚫고 앞으로 전진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향한 응원과 격려가 절실 합니다. 한마디의 말이라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새해, 그런 마음들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기회를 성공으로 이어가는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새해에도 여 러분들의 적극적인 성원과 지지, 참여를 기대합니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가정과 사무소에 행운 과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바라오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8. 1. 1. 대한법무사협회 협회장 노용성 7 법무사 2018년 1월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한법무사협회는 지방법무사회와 그 회원의 지도 및 연락·감 독사무, 등록 및 등록심사업무와 더불어 법률전문가로서의 공 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손해배상공제사업, 제도개선연구, 연수 및 홍보활동, 분쟁조정 및 고충처리제도, 각종 대국민 봉사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으며, 법무사제도의 발전과 운영을 위해 다수 의 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한법무사협회 상설 기구와 일하는 사람들 회관관리위원회 위원장 백경미 위원 김회규 신승옥 정칠환 윤상덕 손성윤 김헌석 정을식 이태상 협회장 노용성 부협회장 백경미(상근) 방용규 박용부 전문위원 금동선 권중화 김태영 최재훈 감사 최희규 정창휴 윤주호 이사 김 정실 박진열 이은정 정비호 김영태 박창규 배용수 강채원 이길호 윤희범 조수호 백성기 최인수 김종화 지세진 조명호 이성준 김헌석 도종섭 이용수 김인기 최상인 김연준 임영기 고문 이재연 박태원 박경호 공정환 임재현 법무사연수원 운영위원회 원장 노용성 부원장 백경미 위원 이남철 조태익 김혜주 고용환 이진수 김희성 정종현 황승수 박충근 박철훈 김석민 최성수 정성구 강석근 하상철 김재영 유재근 김경찬 8 임원소개 새해를 열며

등록심사위원회 위원장 노용성 위원 정명길 곽석근 정창교 김종원 김두천 조동식 정자홍 법제연구소 소장 안갑준 부소장 유봉성 연구위원 김병학 김정규 김종호 양광석 유석주 신천수 최영승 황정수 최윤목 최현진 김선엽 노재옥 문칠성 민경화 공제사업위원회 위원장 박용부 위원 이남철 조태익 김혜주 고용환 이진수 김희성 정종현 황승수 박충근 박철훈 김석민 최성수 정성구 강석근 하상철 김재영 유재근 김경찬 회지편집위원회 위원장 방용규 편집주간 박형기 편집위원 송태호 염춘필 이상진 김인숙 고덕철 신혜주 이태근 김미영 정정훈 서정우 박재승 김대봉 이종만 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장선규 위원 이 순 안대환 김용도 이석호 이재택 박영기 정보화위원회 위원장 이상훈 위원 박상진 김현옥 이은정 이경석 유혁재 최재훈 최서윤 배상혁 조계환 김지회 윤리위원회 위원장 배희건 부위원장 백운학 위원 (당연직) 김성홍 안해윤 운행준 김탁경 강채원 장윤철 육학수 홍진표 김미숙 이창주 이병재 남철우 김인기 지창호 정흔연 김재권 강항숙 (위촉) 박희봉 조덕상 배성곤 하정호 최천식 9 법무사 2018년 1월호

어부의 노래 속초시 동명동 양미리부두 어촌사람들 윤민식 법무사(서울중앙회)·사진작가 10 사람이 살고 있었네 문화의 힘

동장군이 달고 온 강추위에 손끝이 꽁꽁 얼어붙어도 그물로 향하는 손은 주저함이 없다. 이 손끝에 내 자식의 미래가 달려있기에 자신의 손끝이 갈라지든 말든 그물로 향하는 손길은 주저함이 없다. 동장군이 몰고 온 강바람에 얼굴이 빨갛게 얼어붙어도 눈길은 양미리 대롱대롱 매달린 그물을 향한다. 내 자식 장가보내야 하는데 내 딸 시집보내야 하는데 얼굴이 쩍쩍 갈라져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물에서 떼어내는 양미리 숫자가 자식에게 건네는 용돈 숫자려니 아무리 고되고 힘든 일에도 주저하지 않는 마음 동장군이 달고 온 강추위도 동장군이 몰고 온 강바람도 쉽사리 얼리지 못하는 뜨거운 마음 식을 줄 모르는 사랑이다. 11 법무사 2018년 1월호

사회정신의학, 사회병리 치유하는 학문 원장님이 정신의학을 공부하셨던 5, 60년대는 우리 나라에 정신의학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때였는데, 어 떻게 그런 시절에 정신의학을 공부하게 되셨는지요? 저는 학교 때부터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고, 나라와 민족 문제 등 거시적인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정치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두 삼촌의 독립운동으로 집안이 몰락한 역사가 있어 아버지가 늘 “정치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하셨죠.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 후 교사가 되려고 했는데, 학교에 서 공부를 좀 한다 하는 친구들이 모두 의대에 간다는 거 예요. 당시에는 군의관이 부족해 의과대학을 가면 징병을 보류해 줬거든요. 저도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의대를 지원하게 된 겁니 다. 의대에서 정신의학을 하게 된 계기는 집안의 영향 때문 인지는 몰라도 저는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었을 때 세뇌된 북한사람들의 의식을 어떻게 변화시켜 하나의 국가로서 정신통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당시 미국 예일대학의 리프튼 교수를 무척 좋 아했죠. 리프튼 교수는 중공을 탈출한 사람들을 인터 뷰해서 『토탈리즘의 형성과 심리학』(Reform and the Psychology of Totalism: A Study of ‘Brainwashing’ in China)이라는 저서를 발표해 유명해진 정신의학자인데, 저도 그런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경북대 의학 학사를 마치고 예일대로 유학을 갔 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게 숙명인가 싶습니다. 이시형 (사)세로토닌문화 원장 감사하는 마음이 ‘행복호르몬, 세로토닌’을 만듭니다 이시형 박사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50년대 사회병리현상을 진단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사회정신의학’을 전공, 한국인 고유의 ‘화병’이라는 용어를 세계 정신의학용어로 등재한 바 있는 대표적인 정신의학자다. 재담 넘치는 언변으로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누렸던 그는 2005년 경기도 화천에 자연치유센터를 설립하고, 자연의학 전도사가 되더니 최근에는 ‘세로토닌 전도’에도 열심이다. 그가 전하는 세로토닌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지금부터 그의 인생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그 비밀을 풀어보자. <편집부> 진행•방용규 본지 편집위원장 / 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 박형기 본지 편집주간 사진•김흥구 더블루랩 12 인터뷰 만나고 싶었습니다

13 법무사 2018년 1월호

‘정신의학’ 하면 대개는 프로이드를 생각하잖아요. 정신분석학이죠. 그런데 원장님은 독특하게도 ‘사회정신 의학’을 전공하셨는데, ‘사회정신의학’이라는 건 어떤 학 문인가요? 개인이 정신질환에 걸리면 정신과를 찾아가면 되지만 사회가 정신질환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를 들 어 요즘처럼 폭력이 많고 게임중독 등 중독문제가 심각하 다면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인 것입니다. 사회정신의학이란,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사회병 리를 진단하고 치유하려는 학문을 말합니다. 제가 사회정신의학을 공부할 때만 해도 ‘사회정신의학 (Social Psychiatry)’이란 용어조차도 없었습니다. 당시 미 국은 정신분석학이 주류였죠. 그런데 정신분석을 받으려 면 한 시간에 300달러씩 엄청나게 비싼 돈을 들여서 일 주일에 2~3번씩, 10~20년 상담을 받아야 했어요. 과연 한국에서 그런 비싼 돈을 내고 정신분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래서 한국과 맞지도 않고, 쓸모도 없는 정신분석을 배워서 뭐 하나 했는데, 마침 제 주 임교수님이 한국전에 참전하셨던 분이라 이런 제 생각을 잘 이해해 주셨고, 한국에 돌아가 도움이 될 만한 학문이라 면 어떤 대학이든 공부할 수 있도록 보내주겠다고 했지요. 저는 항상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정치는 안 하지만 정신의학자로서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해 보겠 다는 생각으로 ‘사회정신의학’ 분야를 선택했고, 하버드, 컬 럼비아, 코넬 등지를 다니며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었죠. 현대인의 병, 대부분은 ‘생활관리병’ 유학 후 오랜 동안 의사생활을 하시다가 2005년 갑 자기 강원도 홍천에 ‘힐리언스 선마을’이라는 자연치유센 터를 만드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제가 70년대에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왔는데, 합리적인 미국사회에서 살다가 한국사회로 돌아오니 처음에는 정 말 힘들더라고요. 정류장에서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버스가 그냥 지나가지를 않나, 정류장을 지나쳐 내려주지 않을 때도 있고. 사회의 외형은 근대화·산업화로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사람과 문화는 바뀌지를 않았던 거죠. 당시는 그런 문화충돌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테니스를 치며 풀었는데, 너무 열심히 치는 바람에 디스크가 온 거 예요. 정형외과 의사였던 친구가 입원하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입원실에 누워 있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의 사란 놈이 자기 몸 하나 관리 못 해 병이 생기게 했으니 고 생 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수술을 안 하 고 집으로 돌아와 자연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허리디스크를 고치려다 자연의학의 필요성을 깨닫고, 자연치유센터를 열게 되신 거군요. 그렇지요. 병원에 장사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 은 평소 자기생활 관리를 못 해서 질병을 얻게 되는 ‘생활관 리병’인 경우가 많아요. 폭음폭식으로 인한 불면증, 당뇨, 고혈압 등 대다수의 성인병이 바로 ‘생활관리병’이거든요. 이런 병들은 치료보다는 생활습관을 바로잡고 예방을 하 면 걸리지 않는 질병들이죠. 그래서 질병의 치료보다는 자연 치유적인 방법을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에 가서 한의학을 공부하기도 하면서 계속 자연의 학 공부를 하다보니 인간 누구에게나 있는 자연치유력을 회복시켜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도록 만드는 일 에 의사로서의 제 나머지 생애를 바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힐리언스 선마을’을 만들게 된 거죠. 선마을 프로그램은 세계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으로 큰 자 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자연치유와 관련된 전 세계 학회를 돌 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적극적 으로 차용해서 모든 자연치유력을 통합하는 지금의 프로그 램을 만들었거든요. 올해로 10년이 되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자리가 잡혀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올라가 보고 있습니다. 14 인터뷰 만나고 싶었습니다

한국인의 격정, 세로토닌 균형감 필요해 ‘힐리언스 선마을’ 이후 지금은 (사)세로토닌문화의 원장으로 일하고 계신데요. ‘세로토닌’은 무엇이고, 별도 의 기관을 만드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행복할 때는 기분이 쾌적하고 좋잖아요? 그럴 때 나오는 호르몬이에요. 본능호르몬이라고도 하는데, 이 호르몬은 조절을 하는 호르몬이기도 합니다. 가령 우리가 우울증으로 너무 기분이 가라앉아 있으면 올려주고, 반대 로 너무 붕 떠 있으면 가라앉혀주죠. 그리고 도박중독이나 식욕중독, 수면중독 등 각종 중독에 빠진 사람들의 중독성 을 조절하고, 공격성을 조절해 주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들의 특성이 감정조절이 잘 안되는 거잖아요. 욱하는 걸 참지 못해 보복운전을 하다 목숨을 잃는 사고 도 종종 일어나죠. 또 카페나 식당에 가보세요. 시끄러워 서 밥을 먹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이런 격정적인 감정을 조절해 주는 게 바로 ‘세로토닌’인데, 한국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정서적 안정, 즉 세로토닌 문화라고 보았습니 다. 그래서 세로토닌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세로토닌 호르몬은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는 건가요? 세로토닌을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약을 먹는 방법, 자연적인 방법, 그리고 인지적인 방법이 죠. SR이라는 약물을 섭취해 인위적으로 세로토닌을 만 들 수 있는데, 손발이 떨리거나 살이 찌는 등 부작용이 있 습니다. 반면, 자연적인 방법은 일광욕, 리듬운동, 그루밍 (스킨십)의 3요소를 통해 자연적으로 형성하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술 한 잔 마신다든지, 대화를 한다든지 하 는 스킨십이 세로토닌을 만드는 요소가 되죠. 마지막으로 인지적인 방법은 감사와 감동을 하는 거예 병원에 장사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평소 자기생활 관리를 못 해서 질병을 얻게 되는 ‘생활관리병’인 경우가 많아요. 치료보다는 생활습관을 바로잡고 예방을 하면 걸리지 않는 질병들이죠. 그래서 자연치유적인 방법을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5 법무사 2018년 1월호

한국 사람들의 특성이 감정조절이 잘 안되는 거잖아요. 욱하는 걸 참지 못해 보복운전을 하다 목숨을 잃는 사고도 종종 일어나죠. 이런 격정적인 감정을 조절해 주는 게 바로 ‘세로토닌’인데, 한국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정서적 안정, 즉 세로토닌 문화라고 보았습니다. 요. 묵상하며 감사기도를 올리는 분들을 보세요. 얼마나 편안해 보여요? 감사한 마음이 우러날 때, 감동적인 영화 나 문학작품을 볼 때 ‘세로토닌’ 호르몬이 분비되어 우리 를 행복으로 이끌어주죠. 한국인들이 감정조절이 잘 안된다고 하셨는데, 원 장님께서는 사회정신의학자로서 한국인들의 특성에 대 한 많은 연구를 해 오셨잖아요. 우리 한국인의 기본적인 특징은 무엇이고, 어떤 개선점이 필요할까요? 한국 사람들은 격정적이죠. 화끈해야 되거든요. 하지만 격정적인 것이 과도하면 극단적으로 갈 확률이 높고, 그렇 게 되면 남의 말을 듣지 않게 됩니다. 우리가 제일 잘 안되 는 게 ‘역지사지’잖아요. 남의 입장에 한번 서봐라. 여당은 야당의 입장에 서보고, 야당은 여당의 입장에 서보고 그 런 자세와 여유가 있으면 싸움 날 일이 없는데, 우린 너무 격정적이니까 판단도 편향되기가 쉬운 거죠. 이런 편향은 흑백주의를 만들고, 타협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우리에게는 타협을 옳지 않은 것으로 보고, 끝까 지 가려는 ‘오기’가 있어요. 기마민족의 오기라고 해야 할 까요. 예를 들어 경마장에 가서 내 말이 1등 말이 되면 신 나죠. 정말 백만장자가 된 것같이. 하지만 한 판 두 판 지게 되면 그때부터 오기가 발동합니다. 그래서 몇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몇백만 원에 팔아 또 판돈을 거는 거죠. 에이, 이 판사판이다 하면서. 이런 오기는 사실 굉장히 위험한 거예요. 법무사님들도 많이 경험할 겁니다. 질 줄 뻔히 알면서도 저 새끼를 망하게 하기 위해서 내가 망해도 좋다는 식의 소송전을 벌이는 경 우가 좀 많습니까. 이런 건 결코 합리적인 생각이 아니에요. 16 인터뷰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별로 없어요. 우리는 그런 사고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결 코 아닙니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상대의 입장에서 역지사 지 해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세로토닌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희로애락의 모든 것 수용하는 삶이 100% 인생 한국인의 극단주의가 그간 우리 사회의 성취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건 아닐까요? 오직 일등만이 주목받고, 성공하지 못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고도의 불안사회가 우리 사회였죠. 그렇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올라가야 한다는 ‘등산 심리’ 때문에 불행하죠. 세계 11위의 부자나라인데도 만족하 지 못하고 누구도 그만하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어요. 더 높 이 올라가라, 더 파이를 키우자, 더더더 하는 성취주의가 절 제를 모르는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더 높이, 더 좋은 거, 더 더더 할 때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관여하는데, 이 도 파민도 절제가 필요하죠. 충족이 안 되면 즉각적으로 불만 과 불평이 터져 나오거든요. 우리가 바로 그런 상태입니다. 미국에서 엄마들이 아이들한테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세요? “뎃츠 낫 페어(That’s not fair.)”라는 말이에요. 힘센 형이 동생을 때릴 때도 “댓츠 낫 페어”, 그 건 공정하지 않다고 나무라죠. 평범한 일상에서부터 공정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겁니다. 반면,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경쟁지향적, 목표지향적이 고, 아이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는 것만 을 강요해오지 않았나 반성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올라갔으면 하산을 준비해야 해요. 하산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우아한 하산을 하면 그때 문 화도 생기고 문명도 생겨나죠. 모든 제국들이, 도파민의 시대에는 전쟁과 약탈, 정복으로 점철했지만, 전쟁을 멈추 고 하산했을 때 비로소 문화가 생겨났어요. 우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어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냈지만, 이제는 하산을 통해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 어야 할 때입니다. 조금 부족해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지 조를 지키며 사는 선비정신이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정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근 『100퍼센트 인생』이라는 저서를 발간하셨는 데, 새해를 맞아 우리 국민들이 100% 건강한 인생을 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덕담 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00% 인생이란,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수용하고 공 감할 수 있는 인생입니다. 밝고 긍정적이고 쾌락적인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죠. 슬픔도 있고 눈물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고, 통곡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100% 인생에 필요한 요소들이죠. 인생의 부정적인 면을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정말 슬플 때는 슬퍼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주변에 고통 받 는 사람을 보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공감하는 마음을 가 질 수 있죠. 제가 팔십 평생에 50년을 정신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깨달은 결론은, 인간은 감사할 줄 아는 품성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면장어른, 아버지께서 0월 0일에 회의를 한다고 하십니다.”라는 이 한마디 말을 전하기 위해 왕복 60리 길을 걸어가야 했습 니다. 그런 때를 생각하면 휴대폰이 일상화된 요즘 시대 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새해는 우리 국민들이 그런 감사하는 마음을 되찾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고, 사회적으로는 공정한 법 집행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시절에 법이 흔들리면 국민들은 불안정해지고 무력감을 느끼게 되거든요. 새해에는 부디 법조인들이 똑바로 올바른 길을 가는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17 법무사 2018년 1월호

누구에게나 인권은 있다, 악인에게도! 임미리 한신대학교 학술원 전임연구원 인권의 보편성, 그 획득의 역사 18 시사 속 법률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인권, 근대 자연법사상과 함께 탄생하다 지난해 1996년 사망한 가수 김광석의 배우자를 둘러 싼 공방이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 자가 연출한 영화 「김광석」이 공개되면서 김광석의 배우 자가 김광석을 살해하고 친딸을 유기치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의혹은 들끓는 여론에 힘입어 살인죄의 공 소시효를 없애야 한다는 일명 ‘김광석 법’의 발의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곧이어 “마녀사냥이고 인권유린”이라는 당사자 의 항의가 이어졌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정황과 추측만 으로 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확산되었다. 사람들은 그 대상이 설사 진짜 ‘악인’이라 해 도 마찬가지로 그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인권의 보편성’과 ‘자명성(自明性)’ 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인권은 특수한 몇몇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국적, 지위고하, 남녀노소에 차이를 두지 않 으며, 심지어 선인과 악인의 구분 없이 인간이라면 누구 나 갖는 보편적 권리라는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악인 또는 살인자로 몰고 있는 그 배 우자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사실은 법원에서 판결로 증명 하거나 법을 공부하지 않았어도 알 수 있었다. 즉, 설명이 나 증명이 없더라도 저절로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당사자 를 비롯해 법과 무관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인권을 옹호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권은 이처럼 자명하고 보편적인 것이다. 인간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갖고 있으며, 법으로 보장하고 논 리로 뒷받침하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절로 알고 있는 것, 이것이 ‘인권’이다. 그런데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고 누려야 할 이 권리가 태초부터 자명한 것은 아니었다. ‘인권’은 근대 자연법사 인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그 결실을 나누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인권의 보편적 보장을 위한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2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50만 명이 참여한 ‘여성 행진(Women’s March)’의 한 장면. <사진 : pixabay> 인간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갖고 있으며, 법으로 보장하고 논리로 뒷받침하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절로 알고 있는 것, 이것이 ‘인권’이다. 상에 의해 비로소 태동했다. 그리고 1776년 미국의 ‘독립 선언문’과 1789년 프랑스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에 의 해 정치적으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왜 그 이전에는 인간은 있었으되 인권은 없 었을까? 거꾸로 인권의 자명성과 보편성은 왜 1776년과 1789년이 되어서야 인권선언으로 천명된 것일까? ‘인권’은 1760년대 프랑스에서 ‘droits de l’homme’라 는 말로 처음 등장했다. ‘자연권’과 비슷한 의미였다. 그러 나 그 전에도 유사한 개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님 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 했다고 기록한 「창세기」 1장 27절과 16세기 종교개혁가 루터의 ‘만인사제설(萬人司祭說)’은 모두 “하나님 앞에 모든 인간 은 평등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도가의 무위자연 사상이나 주역의 천지인도 평등사상과 연결된다. 근대 자연법사상 역시 완전히 새로운 사상은 아니었다. 기록에 나타난 최초의 자연법사상은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의 주인공 안티고네가 자신의 양심에 따라 왕 의 명령에 반항하다 죽은 일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중세에는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이 만든 자 연을 기초로 하는 자연법의 윤리체계를 완성하였다. 그러 19 법무사 2018년 1월호

나 이때의 자연법사상은 ‘신정법(神定法)’과 같은 말로 인 간이 만든 ‘인정법(人定法)’에 우선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기성권력에 저항하며 쟁취했으나 모두가 누리지는 못한 인권 그러나 근대 자연법사상이 고대와 중세의 자연법사상 이나 동서양의 다른 평등사상과 다른 점은 실정법과 대립 해 주장되면서 기존권력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 다는 점이다. 또, 결과적으로는 안티고네가 오이디푸스왕 에 의해 사형을 당한 반면, 근대 자연법사상을 발판으로 한 투쟁은 기존의 권력을 전복하고 승리를 쟁취했다는 점 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인권 개념은 기성권력에 대한 저항과 그 결과로서의 승리를 통해 비로소 정치적으로 선 언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권의 선언은 인권의 획득과 같은 말일까? 다 시 말해 인권의 보편성이 선언되면서 인권을 보편적으로 누 릴 수 있게 되었을까? 아래는 1776년의 미국 독립과 1789년 의 프랑스 대혁명으로 탄생한 두 선언의 첫 부분이다. 우리는 이 진리들을 자명하다고 여기는바, 모든 사람 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창조주로부터 생명과 자유와 행복 추구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 미국 「독립선언문」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지니고 태어나 존재 한다. - 프랑스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인권의 보편성은 인간이 평등하다는 말과 같다. 모든 인간이 두루 인권을 가지고 있어 차별할 수 없다는 뜻이 다. 위의 두 선언은 인간은 평등하며 그것은 날 때부터의 권리, 즉 ‘천부인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된 것은 1865년이었 고(켄터키주는 1976년), 프랑스에서 여성참정권이 보장된 것은 대혁명 후 1세기 반 만인 1946년의 일이었다. 그렇다 면 1776년과 1789년에 선언된 인권은 과연 누구의 인권 이었을까? 앞서 18세기에 인권 개념이 대두하고 정치적으로 선언 된 것은 기존 권력에 대한 투쟁이 승리했기 때문이라고 했 다. 그리고 그러한 투쟁은 전체 인민이 참여하는 전민항쟁 의 성격을 띠었다. 1776년 미국 독립전쟁은 식민지 본국인 영국에 반대하 는 미국인 전체의 항쟁이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경우 부 족에 따라 편이 갈렸지만, 주인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 는 흑인노예들을 포함해 독립에 찬성한 미국인 모두가 참 여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에는 절대왕정과 귀족사회 를 타도하기 위해 부르주아, 농민, ‘상퀼로트’라 불린 도시 하층민 등 프랑스 전 인민이 참여했다. 그러나 전 인민이 참여해 기존권력을 전복하고 승리했 음에도 불구하고 인권선언의 효력은 일부에만 미쳤다. 프 랑스 대혁명의 경우 ‘마리안느 상’이 말해주듯 여성의 참 여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여성에게 참정권은 인정되지 않 았다. 또, 미국독립전쟁의 승리에는 농민군의 기여가 지대 했지만 극심한 생활고에 따른 이들의 분노는 셰이스의 반 란1)을 통해 표출될 수밖에 없었다. 두 곳 모두 선언문상의 인권을 고스란히 누리는 자는 대체로 남성 부르주아였다. 그렇다면 두 선언문은 일종의 ‘프로파간다(정치적 선전)’였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 1) 1786년 매사추세츠주에서 불경기와 무거운 세금에 반발해 미국 군인 셰이스가 일으킨 반란 2) 미국 독립전쟁 때 영국에 대항해 식민지 아메리카 편에서 싸웠던 프랑스의 귀족 출신 군인 20 시사 속 법률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1776년 7월 4일, 미국 13개 주의 대표들이 필라델피아에 모여 독립선언문 초안에 서명하는 그림. 독립선언문은 근대 자연법사상에 기초한 최초의 인권선언이었으나 독립전쟁에 참여했던 노예나 농민들의 인권은 역시 보장되지 않았다. 다.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은 많은 노예를 소유한 대농장주이기는 했지만 자연권과 인권을 중시하 는 사상가임은 분명했다. 또,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은 라파예트2)가 기초하고 40명의 신생 국민의회 의원들이 6일간 갑론을 박하는 등 심사숙고 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정치적 고려 가 없을 수는 없었겠지만 두 선언문 자체는 심도 깊은 고 민과 숙의의 결과물임이 틀림없었다. 자율성 없는 노예·여성, 인권 누릴 자격 없다? 그렇다면 인권의 보편성이 현실에서 무시된 것은 왜일 까? 그것은 선언에 명시된 ‘인간’이 46개의 염색체만 있으 면 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율적이고 이성적인 인 간만이 진정한 의미의 인간으로 인정받았다. 바로 부르주 아 남성들이었다. 당시 여성은 결혼서약 시 남성에게서 보호받는 대가 로 순종의 의무를 지기 때문에 자율적이지 못하다고 여 겨졌다. 노예와 하인, 가난한 무산자는 자율적 존재로 인 정받기에는 독립성이 결여돼 있는 존재였으며, 아동과 광 인에게는 자주적 이성의 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여겨졌다. 1787년 필라델피아에서 소집된 헌법 제정회의에서 하원 구성비율을 결정하는 인구를 산출하기 위해 흑인노예를 백인 자유인의 5분의 3으로 세는 타협안을 승인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하지만, 현실에서 인권의 보편성이 곧바로 구체화되지 는 않았지만 선언은 그 자체로도 불도저 같은 위력을 발 휘했다. 인권이 보편적이라는 ‘자명한’ 진리는 그 스스로 인권의 세력을 키워나갔다. 누구나 설명할 필요 없이 자신 이 갖는 천부의 인권을 믿기 시작했고, 믿은 사람들은 그 것을 현실에서 확인하기 위해 투쟁해 나갔다. 비록 실패로 끝났으나 1838년에서 1848년 사이 영국 의 노동자들은 선거권을 획득하기 위해 차티스트운동을 21 법무사 2018년 1월호

전개했다. 흑인노예들은 노예주에게 목숨을 맡긴 처지였 음에도 용감하게 반란을 조직해 나갔다.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랑스혁명 2년 뒤의 「여성과 여성시민의 권리 선언」은 테르미도르 반동3)으로 무산됐지만, 산업화의 진 전과 함께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 여성에게도 남성과 같은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자율성이 없어 인권도 가지지 못하는 존재로 치부됐던 사람들의 투쟁은 그 자체가 자율성을 증명하는 일이었다. 투쟁으로써 자율성을 증명하고 참정권을 획득한 무산계 급의 남성들은 유권자의 권리로 사회복지를 요구하기 시 작했다. 유럽의 식민지 전역에서 노예들의 반란이 일어나면서 영국을 필두로 노예제가 빠른 속도로 폐지되어 갔다. 또, 19세기에는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전 투적인 여성운동을 통해 20세기 여성해방운동의 초석을 놓았다. 선언에 불과했던 인권의 보편성은 이렇듯 스스로의 자 율성을 증명하는 사람들의 지난한 투쟁으로 인해 실제로 도 보편적이 되어갔다. 그리고 이것은 서구만의 일로 그치 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서구권에서도 시대적 인 호소력을 지니게 되면서 지리적인 보편성도 얻어 나갔 다. 1948년 UN에서 결의한 「세계인권선언」은 바로 이러 한 보편화 과정의 정점에 해당한다. 인권 감수성, 「세계인권선언」의 세계적 보편화 이끄는 힘 「세계인권선언」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희생된 5천만 명, 더 구체적으로는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결과였다. 기 업가 쉰들러나 루터교 목사 니묄러 등 유대인 학살을 막 기 위한 영웅적 개인들의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차후 이러한 대규모의 인명살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 경을 초월한 국가 간 합의가 필요했던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이로 인해 각국의 인권존중 관행이 늘어나고, 국제정치에서 이를 인 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국제관습법적 지위를 획득하 기에 이른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 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 았으며 서로에게 형제의 정신으로 대하여야 한다. - 「세계인권선언」 제1조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 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 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 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 이 있다. 나아가 개인이 속한 나라나 영역이 독립국이든 신탁 통치지역이든, 비자치지역이든 또는 그 밖의 다른 주 권상의 제한을 받고 있는 지역이든 그 나라나 영역 의 정치적, 사법적, 국제적 지위를 근거로 차별이 행 하여져서는 아니 된다. - 「세계인권선언」 제2조 「세계인권선언」 제1조의 첫 문장은 프랑스 대혁명과 미 국 독립전쟁 직후의 인권선언과 유사하다. 그러나 두 번 째 문장에서 ‘인간이 이성과 양심을 소유했다고 선언’함 으로써 이전 시기 인권을 인정하는 기준이었던 자율성과 3) 프랑스 대혁명 기간 중 혁명력 제2년 테르미도르 9일(1794.7.27.)에 시작된 반란. 이 반란으로 막시밀리앵 로베스피에르는 몰락하고 혁명의 열기와 ‘공포정치’가 끝났다. 22 시사 속 법률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도덕성에서 어떤 인간도 예외가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또, 제2조에서는 ‘모든 인간’에 구체적으로 누가 해당하 는지 명시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에 와서야 비로소 인 권의 보편성이 명시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최초의 인권선언에 해당하는 미국의 「독립선언문」과 그에 이은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은 기존권 력에 대한 전민항쟁의 결과였다. 두 선언의 결실을 누린 것은 저항세력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과거에 가장 많이 가졌던 세력을 패퇴시킨 뒤 그다음으로 많이 가진 자들이 투쟁의 열매를 거머쥔 셈이다. 이후에는 처음과 같은 전민항쟁이 아니라 무산계급 남 성, 노예, 여성 등 부문별 투쟁이 전개되었다. 그 결과 46 개의 염색체를 가진 인간이면 누구나 자율적인 인간으로 서 인권을 가져 마땅한 것으로 간주하는 「세계인권선언」 이 나오게 된 것이다. 지난해 자신의 인권침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고 김광석 씨 배우자의 사례에서처럼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내게 닥친 억압과 차별의 부당함을 자각하고, 다른 이들의 인권 침해에 공감하는 인권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사진 : 연합뉴스> 그렇다면 우리는 「세계인권선언」으로 인권을 보장받게 된 것일까? 주지하다시피 그렇지 않다. 선언이 법적 지위 를 획득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의 경우 민주 화의 진전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가 잦아들었다 고는 하나 여전히 국가권력은 압도적인 힘으로 개인을 억 누르고 있다. 정보사회의 손쉬운 정보재생산과 여론의 확 산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인권 침해의 양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권을 실제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무 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고 김 광석의 배우자의 사례가 이미 알려주고 있다. 인권에 대한 높은 감수성으로 내게 닥친 억압과 차별의 부당함을 자 각하고, 다른 이들의 인권 침해에 공감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나와 다른 이들의 인권을 지킬 수 있는 길 이다. 그리고 이때 ‘인권 감수성’은 인권의 자명성과 보편 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23 법무사 2018년 1월호

‘법인·근로자소득 공평과세’ 긍정적, 조세경쟁력은 유의해야! 개정 「소득세법」·「법인세법」 상 세율 인상의 주요내용과 향후 과제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지난해 12월 정기국회에서 개정된 「소득세법」과 「법인 세법」의 주된 핵심은 세율 인상이다. 이는 현 정부의 조세 정책이 지난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이나 박근혜 정부의 비과세 및 감면 규정의 축소정책과 달리 적극적인 증세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본 글에서는 2017.12.5. 국회에서 가결된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의 일부개정 법률안(이하 ‘2017년 개정 세법’이 라고 함)을 소개하고, 이와 같은 정책의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2017년 개정 세법의 핵심은 ‘세율 인상’ 2017년 개정 세법 중 가장 도드라진 점은 복지재원의 마련과 과세 형평유지 및 소득재분배 정책의 실현을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을 인상한 점이다. 1) 소득세 최고세율의 인상 2017년 개정 세법에서는 거주자의 종합소득에 대한 5 단계 세율 구조를 보다 세분화하여 6단계로 하고, 최고세 율은 38%에서 42%로 상향 조정하였다(「소득세법」 제55 조제1항). 이와 같이 상향조정된 세율은 이 조항을 준용하고 있는 거주자의 퇴직소득(「소득세법」 제55조제2항), 거주자의 토지 또는 건물의 양도, 법령이 정하는 부동산에 관한 권 리의 양도 등에 적용되는 세율(「소득세법」 제104조제1항 제1호) 및 거주자의 국외자산 양도소득에 적용되는 세율 (소득세법 제118조의5 제1항 제1호) 등에도 동일하게 영향 을 미치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오른쪽 〈표 1〉과 같다. 소득세 과세구간 을 5단계에서 7단계로 세분화하고, 과세표준 3억 원 초과 분을 세분화하여 그 적용세율을 각각 40% 및 42%로 상 향조정한 것이다. 2) 법인세 최고세율의 인상 한편, 소득세 세율인상과 같은 논리로, 내국법인의 각 시사 속 법률 주목! 이 법률 24

▼ 〈표 1〉 2018년 소득세 세율 2017년 세법 2018년 세법 과세표준 세율 과세표준 세율 1,200만 원 이하 과세표준의 6% 1,200만 원 이하 과세표준의 6% 1,200만 원 초과 ~ 4,600만 원 이하 72만 원 + (1,200만 원 초과금액의 15%) 1,200만 원 초과 ~ 4,600만 원 이하 72만 원 + (1,200만 원 초과금액의 15%) 4,600만 원 초과 ~ 8,800만 원 이하 582만 원 + (4,600만 원 초과 금액의 24%) 4,600만 원 ~ 8,800만원 이하 582만 원 + (4,600만 원 초과금액의 24%) 8,800만 원 ~ 1억5천만 원 이하 1,590만 원 + (8,800만 원 초과금액의 35%) 8,800만 원 ~ 1억5천만 원 이하 1,590만 원 + (8,800만 원 초과금액의 35%) 1억5천만 원 초과 3,760만 원 + (1억5천만 원 초과금액의 38%) 1억5천만 원 초과 ~ 3억 원 이하 3,760만 원 + (1억5천만 원 초과금액의 38%) 3억 원 초과 ~ 5억 원 이하 9,460만 원 + (3억 원 초과금액의 40%) 5억 원 초과 17,460만 원 + (5억 원 초과금액의 42%) ▼ 〈표 2〉 2018년 법인세 세율 2017년 세법 2018년 세법 과세표준 세율 과세표준 세율 2억 원 이하 과세표준의 10% 2억 원 이하 과세표준의 10% 2억 원 ~ 200억 원 이하 2천만 원 + (2억 원 초과금액의 20%) 2억 원 ~ 200억 원 이하 2천만 원 + (2억 원 초과금액의 20%) 200억 원 초과 39억8천만 원 + (200억 원 초과 금액의 22%) 200억 원 ~ 3,000억 원 이하 39억8천만 원 + (200억 원 초과 금액의 22%) 3,000억 원 초과 655억8천만 원 + (3,000억 원 초과금액의 25%) 사업연도 소득에 대한 법인세 세율도 인상하여, 과세표 준금액이 3000억 원을 초과하는 법인에 대해서는 종전 22% 세율을 25%로 상향조정하였다(「법인세법」 제55조 제1항). 당초 정부가 발의한 법인세 세율 인상안은 과세표 준 2000억 원 초과에 대해서 25%를 적용하는 것이었으 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3000억 원 초과 법인에 대해서 적용하도록 조정되었다. 2016년 법인세 신고법인 645,061개를 기준으로 할 때, 개정된 최고세율 25%를 적용받는 법인은 77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매년 2조 원 정도의 법인세 추가 세수입이 있을 것으로 본다. 세율 인상, 어떤 의미가 있을까? 2017년 개정 세법을 통한 증세정책은 문재인정부의 일 자리 대책이나 복지정책 수행을 위한 재원마련은 물론, 국 가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세금부담의 여력이 있는 대기 업이나 개인에게 더 많은 세금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 분수효과 정부는 세율 인상을 통해 서민과 근로자에게 더 많은 복지혜택을 주고, 그들이 소비를 함으로써 경제가 활성화 (세율 : %) (세율 : %) 25 법무사 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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