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우리는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별로 없어요. 우리는 그런 사고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결 코 아닙니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상대의 입장에서 역지사 지 해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세로토닌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희로애락의 모든 것 수용하는 삶이 100% 인생 한국인의 극단주의가 그간 우리 사회의 성취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건 아닐까요? 오직 일등만이 주목받고, 성공하지 못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고도의 불안사회가 우리 사회였죠. 그렇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올라가야 한다는 ‘등산 심리’ 때문에 불행하죠. 세계 11위의 부자나라인데도 만족하 지 못하고 누구도 그만하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어요. 더 높 이 올라가라, 더 파이를 키우자, 더더더 하는 성취주의가 절 제를 모르는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더 높이, 더 좋은 거, 더 더더 할 때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관여하는데, 이 도 파민도 절제가 필요하죠. 충족이 안 되면 즉각적으로 불만 과 불평이 터져 나오거든요. 우리가 바로 그런 상태입니다. 미국에서 엄마들이 아이들한테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세요? “뎃츠 낫 페어(That’s not fair.)”라는 말이에요. 힘센 형이 동생을 때릴 때도 “댓츠 낫 페어”, 그 건 공정하지 않다고 나무라죠. 평범한 일상에서부터 공정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겁니다. 반면,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경쟁지향적, 목표지향적이 고, 아이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는 것만 을 강요해오지 않았나 반성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올라갔으면 하산을 준비해야 해요. 하산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우아한 하산을 하면 그때 문 화도 생기고 문명도 생겨나죠. 모든 제국들이, 도파민의 시대에는 전쟁과 약탈, 정복으로 점철했지만, 전쟁을 멈추 고 하산했을 때 비로소 문화가 생겨났어요. 우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어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냈지만, 이제는 하산을 통해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 어야 할 때입니다. 조금 부족해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지 조를 지키며 사는 선비정신이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정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근 『100퍼센트 인생』이라는 저서를 발간하셨는 데, 새해를 맞아 우리 국민들이 100% 건강한 인생을 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덕담 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00% 인생이란,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수용하고 공 감할 수 있는 인생입니다. 밝고 긍정적이고 쾌락적인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죠. 슬픔도 있고 눈물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고, 통곡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100% 인생에 필요한 요소들이죠. 인생의 부정적인 면을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정말 슬플 때는 슬퍼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주변에 고통 받 는 사람을 보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공감하는 마음을 가 질 수 있죠. 제가 팔십 평생에 50년을 정신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깨달은 결론은, 인간은 감사할 줄 아는 품성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면장어른, 아버지께서 0월 0일에 회의를 한다고 하십니다.”라는 이 한마디 말을 전하기 위해 왕복 60리 길을 걸어가야 했습 니다. 그런 때를 생각하면 휴대폰이 일상화된 요즘 시대 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새해는 우리 국민들이 그런 감사하는 마음을 되찾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고, 사회적으로는 공정한 법 집행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시절에 법이 흔들리면 국민들은 불안정해지고 무력감을 느끼게 되거든요. 새해에는 부디 법조인들이 똑바로 올바른 길을 가는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17 법무사 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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