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쇠약증에 걸려 중퇴하고 말았다. 헤세는 짝사랑으로 자살기도까지 하는 질풍노도의 시 절을 겪기도 했고, 학업을 중단한 뒤 시계부품 공장의 견습공으로 일하기도 했다. 방황하던 헤세는 서점 점원이 되었고, 그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삶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소설의 주인공 한스는 영락없는 헤세의 모습이다. 한스가 겪었던 아 픔이 바로 헤세의 아픔이었던 것이다. 1900년 무렵 독일 남서부에 있는 슈바르츠발트라는 작은 마을에 ‘한스’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다. 원래 한스는 자연을 좋아하던 소년이었다. 자연의 풍경과 추억들이야말로 한스가 진정으로 가까이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부라는 수레바퀴에 치여 좀처럼 그럴 기회를 가질 수가 없었다. 한스는 매우 재능 있는 아이여서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큰 기대 를 걸었다. 실제로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신학교에 합격한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눈여겨보 기 시작했고, 선생님들과 마을 목사, 아버지, 특히 교장 선생님까지 격려의 채찍질로 한스를 숨 가쁘게 몰아세웠다. 한스는 신학교에서도 다른 친구들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야망과 인내 심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시험에 대한 불안과 승부욕으로 인해 사라져 버렸던 야망이 다시금 살아나서는 한스에게 조금도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교장 선생은 한스에게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다그쳤고, 한스는 숙제 더미에 깔려 있었다. 아버지는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아들을 자랑스럽게 지켜보았다. 아버지도 한스에게 많은 기 대를 걸었다. 하지만 한스는 신학교를 중퇴하게 된다. 친구 하일너와 가까워지면서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되었고, 학교생활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이를 질책하는 선생님들의 틈바구니에서 한 스는 신경쇠약증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만다. 아들에게 낙담한 아버지 앞 에서 한스는 괴로움을 느꼈고, 이제 한스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외로운 존재가 되었다. 아버지의 권유로 대장간에 견습공으로 취직한 한스는 처음에는 노동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지만, 이내 피곤에 지쳐 의욕을 잃고 만다. 동료들과 마을 축제에 다녀오던 한스는 큰 소 리로 흐느끼며 풀밭에 쓰러졌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불안한 걸음걸이로 힘겹게 언덕을 내 려갔다. 얼마 후 그는 싸늘히 식은 채 검푸른 강물을 따라 골짜기 아래로 조용히 떠내려가 는 시체로 발견된다. 그가 어쩌다 물에 빠지게 되었는지는 미스터리였다. 자살인지 사고인 지 타살인지도 알 수 없었다. 장례식에 참석한 교장과 선생들은 자신들이 한스에게 준 고통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남 의 얘기 하듯 말했다. 구두방 아저씨 플라이크만이 이렇게 말했다. “저기 걸어가는 신사 양반들 말입니다. 저 사람들도 한스를 이 지경에 빠지도록 문화의 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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