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1월호

은 법관의 부하 또는 속요가 아닌 독립기관으로서 기록 의 보존관리와 조서의 작성 증명권을 가진다는 법적 원 칙론에 따라 법관들과의 관계에서 조율이 잘 되지 않는 파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공채시험은 법원일반직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데 일조하였다. 공채 사무관 중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있었고, 많은 수의 판검사들 이 배출되었다. 때로는 정계로 진출하여 국회의원이 되 기도 했는데, 대한법무사협회 제18대 협회장을 역임한 신학용 전 의원도 법원사무관 공채출신이었다. 밤도둑에게 전직원 봉급 몽땅 털려 필자가 법원행정처 총무과장으로 재직하던 1988년, 개인적으로는 법원에서 근무하던 중 가장 끔찍했던, 지금 까지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어느 봉급날, 전 직원의 봉급을 전부 도둑맞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는 봉급을 봉투에 현금을 담아 지급하였는데, 직원들은 봉급 봉투를 나무책상 서랍에 보관하는 경우 가 많았다. 구청사는 출입문도 조금은 허술하고 책상의 시정장치도 변변치 않았던 탓에 밤도둑이 침입해 봉급 을 털어가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어떻든 총무과장으로서 청사 전체의 관리 의무와 운 전수 기타 용원 차량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는 필자는 직원뿐 아니라 몇몇 대법관 방까지 피해를 당한 상황에 서 사직을 하거나 좌천될 위기에 봉착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 필자는 징계를 각오하고 법 원행정처장을 찾아 사실을 보고하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자 처장님 왈 “총무과장이 도둑을 어떻게 막겠노. 걍 나가 보소.” 하는 게 아닌가. 법원청사에 도둑이 드는 큰 사건을 당한 중압감으로 필자는 처장님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어야 하는 것인지 어리둥절하였고, 한편으로 는 불안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그해 8월 16일자 3명의 국 장 승진 인사발령에서 순위도 늦은 필자가 부이사관으 로 승진하여 서울동부지방법원 사무국장으로 발령을 받은 것이다. 도둑을 막지 못한 죄책이 아직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징계도 받지 않고 승진을 하게 되다니 필자로서는 이보다 더 엄청난 행운은 없을 것 같았다. 만일 그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필자의 법원생활은 상당히 험난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요즘처럼 도난방 지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던 당시에는 법원 등 다른 관공서에서도 위와 같은 도난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그 랬기에 그대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요즈음 같은 시절이 라면 어림없었을 일이다. 이만하면 나름 보람 있는 인생 이 지면을 빌려 지난 법조계 인생을 돌아보니 비록 사법시험에 실패해 젊었을 때의 꿈을 이루지 못했고, 그 흔한 양춤 한 번 못 추고, 골프채 한 번 못 만져봤지 만, 84세가 된 지금까지 법무사로 일하며 사회에 봉사 도 하며 살아갈 수 있으니 이만하면 대성한 인생이라고 는 못 해도 나름 보람 있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게 된 다. 87 법무사 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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