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1월호

조는 비열한 지도자가 아니었다. 그의 참모였던 순욱은 조조의 능력 중심 용인술과 솔선수범을 높이 평가했다. 위나라 조조, 촉나라 유비, 오나라 손권이 천하삼분 지계로 다투었던 삼국의 패권은 촉과 오를 접수한 조조 가문이 차지한다. 조조가 『삼국지』 최후의 승자로 등극 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과연 조조가 최후의 승자일까? 아니다. 최후의 승자는 따로 있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 을 이긴다’ 했던 고사의 주인공 사마의 중달이다. 라이벌 공명에게 계속 패했지만 이는 ‘공명이 있어 야 나도 인정 받는다’는 중달의 고단수 술책이 아니었 을까? 그는 자신의 실력을 믿고 ‘나대다’ 조조가 보낸 빈 찬합을 받고 자결한 순욱이나 처형당한 ‘계륵(鷄肋, 닭 갈비)’의 주인공 양수와 달리 조조 앞에서 철저히 몸을 낮추었다. 조방 황제에 이르러 라이벌 조상에게 실권을 빼앗기 고 병을 핑계로 낙향했을 때 그의 나이 칠십이었다. 권 력을 마음껏 휘두르던 조상은 혹시나 싶어 심복 이상을 보내 중달을 염탐하게 했다. 중달은 약사발을 흘리고 귀 머거리 행세를 해 그를 속였다. 보고를 받고 안심한 조상은 황제 조방을 모시고 황궁 을 벗어나 고평릉에 성묘를 갔다. 이 틈을 노려 쿠데타 를 일으켜 황궁을 접수한 중달은 일거에 권력을 장악함 으로써 손자 사마염이 위나라를 폐하고 진(晉)나라를 세우는 초석을 다졌다. 나이 칠십은 시성 두보의 시구 ‘인생칠십고래희(人生 七十古來稀)’에서 유래한 ‘고희’로 ‘칠십까지 생존하는 이가 드물다’는 뜻이다. 의약과 건강식의 차이로 볼 때 당시 일흔 살은 지금의 구십 살쯤으로 봐야 하지 않을 까? 사마의 중달은 그 나이에 이르러서도 결정적 기회가 올 때까지 인내하며 서두르지 않았던 것이다. 『삼국지』 를 읽으며 조조, 유비, 손권, 제갈량, 관우, 장비, 조자룡, 마초, 주유, 육손 등등 영웅호걸이 아닌 사마의 중달에 게서 배운 인생의 지혜가 ‘인내와 대기만성’이었다. “무 릇 사람은 물러날 때와 나아갈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게 중달의 가르침이다. 『삼국지』의 호걸들 중 자신의 실력에 자만해 중달의 저 가르침에 반했다 패망한 이가 동탁, 원술을 비롯해 수두룩하지만, 대표주자는 관우에게 겁 없이 덤볐다가 관우가 받은 술이 식기도 전에 목이 달아났던 화웅이었 다. 그럼 관우는 ‘때’를 잘 알았을까? 그 역시 때를 기다 리며 인내하지 못해 자신과 주군 유비, 촉나라의 멸망 를 자초했던 대표주자다. 손권이 촉과 동맹으로 조조를 치기 위해 형주의 관우에게 제갈량의 형 제갈근을 보내 혼사를 통한 화친을 제의했을 때 관우는 “호장의 딸을 어찌 동오의 개에게 보낸단 말이냐”며 일언지하에 거절 하고 칼을 빼 들었다. 이에 분노한 손권이 조조와 손을 잡고 형주를 협공함 으로써 결국 관우 자신이 죽었고, 복수전을 준비하던 장비가 죽었다. 제갈량의 반대에도 관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오나라를 공격했던 유비 역시 이릉대전에서 참패 함으로써 촉의 명운도 기울게 됐다. 만약 손권의 화친 제의에 관우가 속마음을 숨기고, 인내하며 전략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역사는 유비에게 패권을 쥐여주지 않았을까? 때를 기다리지 못해 촉나라 멸망 자초한 관우 89 법무사 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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