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2월호

에는타인을위험으로부터구조해줄의무를부여한법률 조항이다. 운동본부가 만들어지고 수년 뒤 2008년 10월, 국회에 서일반시민의응급구조활동의보호를담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폴란드, 독일, 스위스, 네 덜란드 등에서는 구조의무 위반 시 직접적으로 처벌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일반시민의 응급구조 시 과실로 인한 사망, 상해, 손해를감경또는면제한다는내용을담아간 접적인방식으로착한사마리아인법을도입했다. 김왕규 씨 사건은 응급구조의 중요성을 일깨우기도 했 지만, 그에 앞서 망자의 행색이 깨끗했더라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행색에 따라 사람 을 차별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발견된다. 다만 그러한 차별이 사람의 생명을 앗을 수도 있다는 생 각은하지못한채말이다. 이처럼 부작위에 의한 생명권의 침해는 차별적 시선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더욱 빈번히 목격되는 것은 소외 계층의죽음에서다. 2014년 2월서울송파구에서단독주 택 지하 1층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로 고생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마 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 원, 그리고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남기고자살했다. 소외계층의 죽음은 주로 사회안전망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 송파 세 모녀도 질병을 앓고 있는 것은 물론, 수입도 없는 상태였으나 국가와 자치단체가 구축한 사회보장체 계의도움을받지못했다.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논란과 법안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2014년 12월 송파 세 모녀법으 로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및 「긴급복지지원법」 개 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관련된 3개 법안이 국회를통과했다. 생명권존중, 차별을없애는것부터 생명보호를위한국가의책임이점차강조되고있지만 사회의 크고 작은 공동체 또한 그 책임에서 예외일 수 없 다. 공동체내부의상호부조는사회를결속하고재생산하 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촌락사회가 해체되 고 도시화·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상호부조의 풍습도 점차 사라져가고있다. 우리는 ‘소외된 이웃’이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외계층을 자신들의 이웃이라고 생 각하지 않는다. 이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부끄러워 감추 거나사라졌으면하는대상이고, 불가피하게함께살더라 도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대상이다. 그리고 비가시화 된그들은이따금참혹한주검으로발견되어우리사회에 근본적인질문을던지고있다. 인권의식은날로높아지고있지만차별또한점차강화 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차별해서도 안 되는데 지금은 한 동네가 다른 동네를 차별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예 전에는부자와가난한사람이한동네에섞여살았지만지 금은 그렇지 않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이 다르고 아파트 도 단지에 따라 거주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사 는곳이그사람의사회적지위를결정하게된것이다. 나보다못한사람을상정하는순간, 나보다나은누군가 가 존재하게 된다. 나보다 못한 누군가를 차별하는 순간, 나역시누군가로부터차별당할가능성에놓이게된다. 또 그러한 차별이 극단화됐을 때는 최상위 포식자를 제외한 대다수의생명이위협당하는지경에이를수도있다. 모든 차별은 작위든 부작위든 생명에 대한 차별과 같 다. 기본권중의기본권이자모든기본권의전제인생명권 의 존중은 차별 그 자체를 없애는 것에서 본질적으로 가 능하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이 당연한상식에서말이다. 19 법무사 201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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