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 2학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일의 기록, 그러니까 오늘 만난 사람은 누구이고, 일어 난 사건은 무엇인지 소소한 생활사들이 빼 곡히 기록된 방명록이었다. 그 기록이 어찌나 꼼꼼한지 친구의 입대일 과 친구아버지의 퇴직일까지 적혀 있었다. “이렇게 적어두면 수십 년이 지난 후에 만 난 사람도 안부를 물을 수 있거든. 내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오래 기억하고 싶 어서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매일매 일 쓰다 보니 기록의 노하우나 편철 방법이 점점 발전하게 되면서 이런 거대한 방명록이 되었네.” 처음에는 인덱스카드에 적기 시작한 것이, 노트로, 노트가 많아지니 지금과 같은 책자 로까지 편철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일 들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안부를 물어주 는 사람에게 어떤 사람인들 감동하지 않을 까. 배 법무사님은 이 방명록으로 인간관계 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방명록도 그렇지만 배 법무사님은 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남색 체크무늬 셔츠 위에 살 포시 매여 있는 나비넥타이에서도 짐작했지 만, 예술에도 조예가 깊어서 색소폰과 피아 노 연주도 즐긴다. 색소폰은 실버단원으로 봉사도 하고 있고, 피아노는 사무실 한쪽에 들여놓고 외로울 때 가끔씩 혼자 즐긴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발명가이기도 하 다. 아내와 함께 어르신들의 가려운 곳을 시 원하게 긁어주는 ‘kb효자손(kb는 아내의 애 칭)’을 발명해 실용신안특허까지 받았다. kb효자손은 기존 효자손의 손가락 부분에 대나무 대신 특수 벨크로 (찍찍이)를 붙여 만든 효자손이다. 피부조직에 부드럽고 섬세하게 파고 들어 대나무 효자손보다 시원한 느낌을 준다. 배 법무사님은 이 발명품 효자손 10,000개를 제작해 놓았는데 5,000개는 복지시설과 종교시설에 기증하고, 나머지 5,000개는 판매 해 그 수익금으로 개명봉사에 쓸 예정이다. 참으로 다재다능하고 절로 복을 부르는 품성을 가진 분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실력 있고 덕망 있는 법무사가 되고 싶다 “신 법무사님은 내가 볼 때 10~20년 후에는 대성한 법무사가 되겠어 요.” 직원 한 사람 없이 혼자서 좌충우돌하며 뛰어다니는 후배 법무사가 당진까지 내려와 열성을 보이는 것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던지 배 법무사님이 선배님으로서 과분한 칭찬과 덕담을 건네주셨 다. “사람이 겸손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 보여. 그런 사람이 잘 풀리게 마련이지요.”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칭찬은 언제나 기분이 좋 은 법. 왠지 그동안의 힘겨움과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내가 법원에 재직할 때를 돌아보면, 대법관들 중에서도 법원 직원 들을 하대하지 않고 존중하면서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분들은 퇴임 후 에도 승승장구하지만, 야박하고 차갑게 대하던 분들은 퇴임 후 고전하 는 경우가 많았어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일도 잘되는 거야.” 삶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를 나눠주심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필자는 선배님의 말씀대로 더욱 낮아진 마음으로 나의 고객들과 주변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법무사가 달린다」 코너를 통해 전국에 계신 멋진 선배님들과 교류 하고, 풍부한 삶의 경험들을 나누면서 필자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서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를 바탕으로 필자도 후 배들에게 좋은 선배로, 의뢰인들에게는 실력 있고 덕망 있는 법무사로 기억되길 소망해본다. 45 법무사 201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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