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2월호
하시던 그 어른은 “까짓것 옷에서 냄새 좀 나기로서니” 하셨다. 그분은 공사가 분명하고 법관으로서의 사생활도 사 려 깊게 하셨다. 필자가 나름대로 아부 좀 하려고 애쓰 다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사건이 생각난다. 그 어른 이서울형사지방법원수석부장으로계실때였다. 퇴근해서는 혼자 무료하게 계시는 시간이 많았었는 데 “이런 때 피아노 반주라도 할 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어...”라고 이따금씩 혼잣말처럼 하셔서 필자는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서 기분을 좋게 해드릴 생각으로 친분이 있던 코미디언 서영춘 씨와 가수 김정구 씨 등 몇분을법원구내식당으로초치하여식사를함께하면 서 그 어른이 무료한 시간을 때울 수 있도록 자리를 마 련하려했다. 그러나만나는것조차거절하시면서 “그렇게내생각 을해주어서고맙다”고말씀해주셨다. 이와 같이 평소에도 법관으로서의 자세에 어긋나는 일은절대허용하지않는삶을사셨다. 함께근무하거나 인연이 있던 직원들도 살뜰히 챙기셨다. 그분의 인간성 은달리표현할수없을만큼따뜻함그자체였다. 대법원장으로 취임하신 지 일주일쯤 되었을까, 갑자 기 필자에게 둘이서 대법원장 취임 축하파티를 하자면 서 연락을 하셨다. 그래서 종로 화신백화점 건너편 한 일관에서식사를같이한적이있는데오히려식사비는 본인이계산하셨다. 음주절제못해부끄러웠던기억 필자가지금까지가장크게후회하고잊지못하는기 억 중 하나는 어느 재판기일 점심에 음주를 했다가 낭 패를 본 일이다. 그날은 재판부와 따로 점심식사를 하 였는데, 무슨 일 때문인지 간단히 반주 한 잔 곁들인다 는 것이 그만 과음이 되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어떻게 수습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법정에 들어가 앉아있으려니차마고개를들어소송당사자와재판장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절제를 못 해 법원 직원으로서 본분을 잊고 말았던 그날의 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내일생의부끄러운기억이다. 또한개인적인회한이라면, 1983년퇴직하면서연금 대신일시금을선택했던일이다. 이자소득에도훨씬못 미치고 연금제도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한결같은 주변 동료들의 조언이었다. 당시 에는잘한선택이었다고생각했지만, 이제와생각해보 니아무래도후회가되는결정이었다. 1961년부터 1983년까지 22년간재직했던법원생활 을 돌이켜 보면, 실수도 하고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대 체로 보람 있는 시간들이었다. 더구나 83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35년간나름사회적품위를유지하면서가족 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법무사’라는 고마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었던 시간인지라 필자로서 는감사할수밖에없다. 법무사업계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조금 이라도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비록 나 이는들었지만후배들을위해도움을주고싶다는것이 필자의남은바람이다. 87 법무사 201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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