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3월호

『장자(莊子)』는 ‘소요유(逍遙遊)’ 편으로 시작된다. 여기에 는 ‘곤(鯤)’이라는 전설적인 물고기가 ‘붕(鵬)’이 되어 바다 위 를 날아 천지(天池)에 도달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세속의 세 계를 초월하여 절대적 자유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의 경 지를 뜻하는 대목이다. ‘어슬렁어슬렁 노닌다’는 뜻의 ‘소요유’ 란 말이 나타내듯이, 자신을 구속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 나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바람을 표현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우리가 바다 위 하늘을 날아 저 멀리 남극 바다까지 가는 대붕(大鵬)과 같이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사실 꿈만 같은 일 아닌가. 나의 주변을, 나 의 삶을 돌아보자. 우리는 수많은 것들로부터 꽁꽁 묶여 있지 않은가. 너 나 할 것 없이 세상에 태어나면 정해진 코스를 따라 살아야 한다. 입시 경쟁을 뚫고 가급적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된 직장을 찾아 나서고, 그리고 가족들을 부양하 며 내 자신의 노후를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 관문들을 통과해야 비로소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래서 한눈팔지 않고 그 길 따라 사는 것만을 최선으 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슬픈 것은, 그 긴 과정이 좀처럼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나를 꼼짝 못 하게 구속하는 저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나만의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나 서기에는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 너무도 각박하다. 숨 가쁜 경쟁에서 발을 떼고 나만 의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 나는 경쟁에서 낙오하든가 앞날에 대해 대책 없는 인간으 로 전락하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눈을 다른 데로 돌리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럴수록 숨이 막힌다. 이것이 내가 원했던 삶이었던가. 나는 어디서 숨 쉬고 있는 것인가. 사회의 요구가 아니라, 내 내면의 요구에 따라 사는 삶은 불가능한 것인가. 그렇게 묶여 있는 우리에게는 디오게네스의 기행(奇行)조차도 부럽게 들려온다. 고 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크레타섬에서 알렉산더 대왕을 만났다. 디오게네스 는 자기가 기거하는 움막 앞에 앉은 채로 대왕을 맞았다. 알렉산더 나는 대왕인 알렉산더다. 디오게네스 나는 개인 디오게네스다. 알렉산더 너는 왜 개로 불리느냐? 자유로운 삶은 가능할까? 81 법무사 201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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