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5월호

아니라 “하루 5시간자고, 1시간밥먹고, 18시간공부하 는짓을 4년넘도록해도합격할까말까한다”는낙방거 사들의 ‘구라’에지레겁먹고포기했던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을 때 ‘아, 그때 고 시공부를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란 후회가 절로 나 왔다. 특히 상사든 거래처든 주로 ‘을’의 입장에서 스트 레스를 만땅 받고서 한잔 술로 시름을 달랠 때 그랬다. 그때까지도 ‘판검사’란 단어는 여전히 로망이었고, 그들 의업계호칭도여전히 ‘영감’이었다. 그런데 ‘검사’에 대한 그 로망이 『검사내전』에서 완전 히 탈탈 털렸다. 『박사성이 죽었다』의 후속 판이라 해도 과언이아니겠으나이책은소설이아닌현실이라는점, (소수의 정치 검사를 뺀 나머지 대다수) 검사들의 직업 적애환을통해그들의세계를보다인간적으로이해하 게된다는점에서필자의소설보다한수위인책이다. 이 책의 저자 김웅은 ‘1979년에 태어나 서울대 정치 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현직 인천지검 공안부 장 검사다. 굳이 연도를 꼬박꼬박 밝히는 것은 아마도 독자들 중에 필시 ‘39회 사법시험’에 응시했던 사람도 있으리라, 그는 더욱 『검사내전』에 호기심이 일어나리 라, 생각해서다. 『대리사회』, 『나는지방대시간강사다』의저자김민섭 이추천사를썼다. 그는김웅검사와고등학교부터친구 다. ‘문학청년’이었던 김민섭의 글발이 만만찮지만 저자 김웅의 문장력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김민섭이 ‘아, 공 부 잘하는 놈들은 원래 문학도 미술도 음악도 다 잘하 는거구나’라고실토할만큼문장들이찰지다. 검사가된김웅과박사가된김민섭이어느날허름한 고깃집에서만났다. “검사들은손님을쫓는사람들”이라 둘은주로손님이많지않은청사부근의허름한집을선 호한다. 그런데김웅의눈매가예전과다르게무섭다. “야, 너 눈이 왜 그래?”라 묻자 김웅은 ‘픽’인지 ‘씨익’ 인지모르게웃으며 “미안, 나쁜놈들을너무많이봤어. 걔들하고 같이 있으면서 눌리지 않으려다 보니까 눈이 걔들을 닮아가는 것 같아”라고 뱉었다. 김민섭은 몹시 슬퍼졌다. 그러니까 이 책은 ‘화려한 검사’ 이야기가 아 니라 ‘슬픈 검사,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검사’ 이야 기인것이다. “벤츠를벤츠답게해주는것은수천개의보이지않는 나사못들 덕분이다. 검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 객선의 작은 나사못이다. 나사못의 임무는 배가 어디로 가는지 걱정하기보다 자신이 맡은 철판을 꼭 붙들고 있 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검사 김웅의 이야기들에는 자기 계발서못지않은인생의성찰과깨달음또한가득하다. 그의 『검사내전』 첫 이야기 「사기공화국 풍경-사기꾼 은 목숨 걸고 뛴다」 편은 시속 120km로 질주하는 치타 가 80km의톰슨가젤사냥에실패하는이유, 다리를다 친 토끼를 사냥개가 놓친 이유로 시작한다. 가젤과 토 끼에게는 ‘목숨이 달린 달리기’라서 그렇다. 사기꾼에게 걸려들면당할수밖에없는까닭이다. 김웅 검사의 처방은 간단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는것만명심하면된다. 384페이지분량의책인데성질 급한 사람은 하루면 다 읽을 만큼 한번 잡으면 놓기 어 렵도록재미지다. 치타가 톰슨가젤 사냥에 실패하는 이유 87 법무사 201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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