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7월호

북한에서는 출신성분이 좋지 않아 그 꿈을 이루기가 어려 웠죠. 그런 게 늘 답답했고, 저로 인해 아이들까지 미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탈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저로 인해 북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형제, 지인들에게 항상 죄책감이 있었어요. 저뿐 아 니라 아마 모든 탈북민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북한의 고향과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북한과 남한 모두에 서 살았던 경험을 활용해 내가 살던 고향을 남부럽지 않 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연구소를 설립하게 됐죠. 우리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185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북한의 대도시 외 군소도시나 작은 지역에 대한 공간정보 들도 마련될 터이니 낙후된 북한 지역을 개발하는 데 유용 하게 쓰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연구소가 ‘떠나 온 고향에 드리는 최상의 선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블록체인 활용한 북한등기정보서비스망 구축하고 싶어 북한개발연구소에서 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요? 북한 개방에 대비한 공간정보 구축작업(185 프로젝트) 을 중심으로 북한개발 전략을 연구합니다. 그리고 공간정 보 프로그램을 활용해 실향민들이나 탈북민들에게 고향 땅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주거나 공간정보를 3D 모형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또, 통일이 되면 고향 땅의 후손들에게 유품을 물려주 고 싶어 하는 실향민과 탈북민들도 많아서 우리 연구소가 그분들의 귀중한 유품이나 유언들을 수집해 위탁관리하 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의하는 상속 상담도 해주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실향민·탈북민들에게 발생하는 생활 법률 상의 문제들을 상담해 주는 ‘하나로 상담실’도 개설 했어요. 상담실은 우리와 몇 년간 함께 일해 온 이정래 법 무사님이 맡아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북한등기정보 서비 스망을 구축하는 사업을 해보고 싶어요. 부산의 국가기록 원에 있는 북한의 지적도만 전산화되면 가능한 일이거든 요. 예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에 갔을 때 통일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독일 수상의 첫 마 디가 “땅 문제를 잘 정리하라”였다고 합니다. 통일이 되면 그만큼 엄청난 토지관련 분쟁이 예상되고 있어요. 북한 등기정보 서비스망의 구축에 의미가 있는 거죠. 이 일을 법무사와 연계해 해보고 싶은데, 법무사협회와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장님께서 남한에 살면서 남한사회에 대해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앞으로 통일시대를 대 비해 남북한의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리 남한을 경험 한 분들의 조언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북한에서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라는 말 이 좋았는데, 남한에 와서는 ‘초지일관’이라는 말을 새기 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남한사회에는 유혹하는 것이 많아 자신의 뜻을 일관되게 지켜나가기가 힘든 것 같거든요. 한국사회는 특히 모든 것이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효율’과 경쟁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죠. 그러다 보니 사 람에 대한 태도나 원리, 원칙 같은 본질적인 내용이 빠져 있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일전에 제가 운전면허교육을 받을 때도 보니 자동차 운전의 원리나 운전자의 태도, 이 런 것보다는 ‘합격’만이 목표가 되어 어디서는 핸들을 몇 번 꺾어라, 이렇게 교육을 시키더라고요. 북한사회에도 많은 문제가 있지만, 태도와 원리원칙, 정 신과 본질 같은 것들을 중시한다는 것은 좋은 점이에요. 그런 점에서 북한의 개발은 남한 개발과는 다른 (기술과 태도의 결합이라는) 이상적인 개발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1 법무사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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