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이선영 교수가 정립한 비속어와 욕설의 개념에 따르면, ‘비어’는 ‘대상을 낮추거나 낮잡아 얕보는 말’, ‘속 어’는 ‘통속적으로 쓰는 속된 말’, 욕설은 ‘남을 모욕하거나 저주하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속어는 점잖지 못한 말이지만 남을 비하 하는 의미는 없는 반면, 비어와 욕설은 상대방에 대한 비 하와 무시를 그 속성으로 하고 있다. 비어에 속하는 말로 는 “년, 놈, 호구, 쓰레기” 등이 있으며 욕설에 해당하는 말 은 “존나(좆나, 졸라), 씨발(시발), 병신, 새끼, 개새끼, 미친, 년, 씨발년, 엠창(엄창), 미친, 씨, 미친놈, 씨발새끼, 뿅신, 찌질이, 썁숑, 썅년, 썅, 니미, 병맛, 애자, 뻑큐, 니미럴, 깡 패, 창녀, 젠장, shut up, son of bitch, 개, 똘추, 좆까, hel, 느그 엄마, 바보, 좆되다” 등이 있다. 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말에서 자주 사용되는 욕설 에 등장하는 대상은 ▵여성, ▵성기 및 성행위, ▵장애인, 세 가지 범주가 있다. 즉, 이 세 영역이 우리 문화에서 가장 천하고 더럽고 나쁜 것으로 차별받아 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범주 중 ‘성기 및 성행위’는 유교 사회 에서 그 자체가 속된 것으로 치부되어온 것으로 여성이나 장애인의 범주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남녀 차이가 존재한다. ‘얼굴마담’이 남성이면, 뭐라고 부르나요? 비속어에 드러난 권력 담론의 재생산을 연구한 한 논문 에 따르면, 여성의 성기를 언급한 비속어가 대개 ‘비하’와 ‘폄훼’, ‘모욕’과 같은 언어적 효과를 지니는 데 반해, 남성 의 성기를 언급한 비속어는 단순히 지시나 강조의 기능만 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씹순이’, ‘십년’, ‘갭지’, ‘개꼭지’ 등 여성의 성기 관련 비속어와 달리 ‘가운데뿌리’, ‘고추자지’, ‘똘똘이’ 등 남성성기 관련 비속어는 성적 모욕감이 덜 나타난다는 것 이다. 성이나 성기 자체를 더러운 것으로 여기는 것은 같 지만, 그중에서도 여성의 그것이 보다 더 열등하고 불결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 문화에서 오랫동안 차별받아온 대상이 바로 여성과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욕설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압도적으로 높 은 비중을 보이는데, 그 내용은 외모나 신체뿐 아니라 태 도와 행동, 사회적 활동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예를 들어 ‘치맛바람’이나 ‘꼬리치다’처럼 태도를 욕하 는 단어는 대체로 여성과 관련돼 있다. 또 나이 든 여성을 가리키는 욕설에 ‘망구’, ‘망구탱이’, ‘뭉치’, ‘쪼그랑할멈’, ‘할 마씨’, ‘할망구’ 등이 있고, 나이 어린 여성을 가리키는 욕 설에도 ‘비조리’, ‘어린년’, ‘풋조개’, ‘햇것’ 등이 있다. 그러나 이에 상응하는 남성형 욕은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똑같은 사회활동에 대한 욕설이라도 여성형만 존 재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여관에서 심부름하는 사람을 ‘여관바리’라 불렀는데, 여기서 ‘바리’는 놋쇠로 만든 여자 의 밥그릇을 말한다. 비슷한말로 전화 받는 심부름꾼을 ‘전화바리’로 불렀다. 70, 80년대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공돌이’, ‘공순이’라 불렀는데, ‘공돌이’보다는 ‘공순이’란 말이 훨씬 널리 사용되었다. 또, 남녀가 똑같이 바람을 피워도, 바람 핀 유부녀를 뜻하는 ‘자유부인’이라는 말은 있어도 바람 핀 유부남을 뜻하는 ‘자유남편’이라는 말은 없으며, 어떤 모임이나 조직에서 명목상 대표를 부르는 ‘얼굴마담’이라 는 말도, 상응하는 남성형 언어가 없다. 이는 저항운동을 하는 엘리트 집단에서도 마찬가지였 다. 1980년대 마르크스주의 저항운동이 풍미할 때 ‘맑스 걸’이나 ‘엥겔스레이디’라는 말은 있었지만, 같은 의미로 남성형의 ‘맑스보이’나 ‘엥겔스맨’이라는 말은 없었다. 같 은 사상을 가졌더라도 유독 여성의 경우에만 잘난 체하거 나 우쭐대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다. 우리 역사에서는 차별이나 혐오를 넘어 특별한 사회적 24 시사 속 법률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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