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의 말처럼 욕설은 ‘지배권력의 권위를 해체하려는 민중들의 언어투쟁’으로서 순기능도 있다. 조선시대 사당패의 마당놀이는 갖은 욕설로 양반들을 조롱하면 서 기층의 권력에 대한 저항의식을 드러내는 전복적인 욕설의 기능을 잘 보여준다. 사진은 안동 하회별신굿 탈놀이 중 백정이 양반을 조롱하는 장면. 의미를 띤 여성형 욕설도 있었다. 바로 ‘화냥년’이란 욕설이 다. 이는 병자호란 때 오랑캐에게 끌려갔던 여인들이 풀려 나 다시 조선으로 돌아왔을 때 ‘고향으로 돌아온 여인’이라 는 뜻으로 ‘환향녀(還鄕女)’라 부르던 것에서 유래했다. 당시 청나라에 포로로 끌려간 사람은 60만 명 정도였 다고 하는데, 그중 50만 명이 여성이었다. 그러나 천신만 고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몸을 더 럽힌 계집’이라는 손가락질과 ‘화냥년’이라는 욕설뿐이었 다. 이는 여성에 대한 단순한 차별과 혐오를 넘어 남성들 이 자초한 패전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사회적 함의 를 담고 있었다. 한편, 장애인과 관련한 욕설은 그 수는 많지 않지만, 거 의 모든 장애 유형이 욕설로 사용된다. ‘바보’, ‘병신’, ‘정박 아(정신박약아)’, ‘무뇌아’, ‘불구자’, ‘저능아’, ‘언청이’, ‘애꾸 눈’, ‘앉은뱅이’, ‘사팔뜨기’, ‘난쟁이’, ‘봉사’, ‘육손이’ 등 정신 장애와 지체장애는 물론, ‘실눈’, ‘땅딸보’와 같이 사회활동 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작은 차이조차도 욕설로 사용되 고 있다. 여성에 관한 욕설의 경우는 그 폭이 매우 넓고, 성기나 성관계를 지칭하는 불쾌한 어감의 말과 결합되어 사용되 는 경우가 많은 반면, 장애인과 관련된 욕설은 장애 그 자 체를 욕설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사회적 차별에 대입해 본다면, 여성에 대한 차별 은 사회 각 부문에서 은밀하거나 노골적인 형태로 광범하 고 다양하게 나타나는 반면, 장애인은 존재 자체가 차별 의 대상이라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25 법무사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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