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7월호

양반 외 모든 것은 상스럽다, ‘상놈’아! 욕설은 일종의 금기어다. 우리가 욕설을 함부로 사용해 서는 안 되는 이유는 단순히 점잖지 못하거나 상스럽기 때 문만이 아니라 그 안에 차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욕설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한다. 바로 욕설의 긍정적 기능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욕설에는 저주와 차별, 억압의 표출이라는 부정적 기능도 있지만, 금기를 깨는 데서 오는 자유와 쾌감이라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욕설은 사회적 억압과 금기를 부숨으로써 좌절된 욕구를 해소하고, 한편 으로 저항과 전복의 기능도 담당한다. 사르트르는 욕설이 ‘지배 권력의 권위를 해체하려는 민 중들의 언어 투쟁’이라고 말했다. 피지배계층이 욕설을 통 해 지배계층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지배구조에 도전 하고자 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사당패의 마당 놀이에서는 어김없이 양반들을 갖은 욕설로 조롱하는 장 면이 나왔고, 조선시대 양반사회의 위선을 풍자한 『춘향 전』에도 걸쭉한 욕설과 육담이 수없이 등장한다. 당시는 ‘상놈’이라는 말이 널리 쓰였다. 양반, 즉 문반과 무반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을 ‘상놈’이라 불렀고, 욕설과 비속어 등 점잖지 못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상스럽다’ 고 말했다. 여기서 ‘상’은 ‘항상 상(常)’ 자다. 이는 양반의 것 이 아닌 것은 전부 다 상스러운 것이라는 의미인데, 점잖은 것은 특권층인 양반의 전유물인 반면, 그 외 나머지 모든 것[상(常)]은 점잖지 못한, 즉, 상스러운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여성이나 장애인 외에도 양반이 아닌 거의 모든 신분이나 직업이 욕으로 사용되었다. 노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검사와의 대화’ 이후 ‘검사스럽다’는 말이 유행했다. 최근에는 ‘국개의원’, ‘기레기’와 같은 말도 유행한다. 이처럼 사회적 모범을 보여 야 할 집단의 부패를 비판하는 통렬한 욕설이야말로 ‘욕설의 긍정적 기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2003.3.9. 검사와의 대화 모습. 26 시사 속 법률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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