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7월호

유언인 듯, 유언 아닌 ‘유언대용신탁’ 2003년, 한 사회사업가가 123억 원을 연 세대학교에 기부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 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유언장에 고인의 날 인이 없다”며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유언자의 날인이 없는 유언장은 「민법」 상 무효”라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유언자가 전문과 날짜, 주소와 이 름 등을 쓰고 날인토록 규정한 「민법」의 유 언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대법원 2006.9.8.선고 2006다25103, 25110판결). 이처럼 ‘유언’이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법에 따라 엄격히 규정된 요건과 방식을 충 족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최근 각광받는 제도가 바로 ‘유언대용신탁’이다. 사후 재산의 상속에 관 해 정한다는 점에서 유언과 비슷하지만, 「민 법」 상의 유언이 아니라 「신탁법」 상의 계약 에 해당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요식행위 없이 도 유언에 준하는 효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사후에 내(위탁자) 재산 을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수익자) 물려줄 것인지를 정하고(신탁의 목적), 살아 있는 동 안에 그 상속 내용에 대한 사무를 처리해줄 사람(수탁자)과 계약을 맺어 믿고 맡기는(신 탁) 제도입니다. 별도의 유언장을 작성할 필요도 없고, 복 잡한 유언집행이나 상속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이 사망하면 자동적으로 생전에 수탁자와 계약한 대로 수탁자에 의해 재산이 관리되 고 수익자에게 상속되는 것이 장점이죠.” 유명수 법무사(전라북도회)는 법무사업 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유언대용신탁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2015년 초, 성년후견절차와 관련된 일본서적을 구입하기 위해 인터 넷을 검색하다가 피성년후견인의 사후 사무처리에 관한 책을 발견하 고, ‘유언대용신탁’에 대해 접하게 되면서 이 분야에 눈을 뜨게 됐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에서는 이미 2006 년에 「신탁법」을 전면 개정하고 유언대용신탁제도를 도입해 사회적으 로 활발히 활용하고 있더군요. 우리나라는 2012년에서야 「신탁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도입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소한 분야 인데 말이죠. 유언대용신탁에 대해 알아가면서 고령사회에서 부의 대 물림에 있어 이 제도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 요. 전문적으로 파고들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죠.” 유언·증여·상속의 단점 모두 보완한 제도 유 법무사의 선견지명대로 유언대용신탁은 고령사회에서 재산을 가 진 부모들의 여러 가지 고민과 욕구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핵가족의 해체와 경제위기, 수명 연장으로 인한 고령화로 더 이상 자 녀들에게 부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고령세대들에게 은퇴 이후 오랜 노 년기를 자녀의 도움 없이 생활하기 위한 재산관리는 매우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일이다. 또한, 자신의 사후에 자녀들 저마다의 경제력 등 개인 적 사정을 고려한 상속이 이루어지는 일과 유산을 둘러싸고 자녀들 간 에 서로 다투거나 분쟁하지 않도록 하는 일도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예를 들어 경제적 독립이 어려운 장애인 자녀가 있거나 이혼해서 혼자 아이를 부양하는 자녀가 있다면 부모로서는 그 자녀들에게 더 많 은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어요? 법정 상속은 그와 같은 개인사정이 고려되지 않으니 보통은 유언을 통해 그 의사를 남기게 되는데, 말했듯이 유언은 조건도 까다롭고 분 쟁도 일어날 수 있잖아요. 바로 그럴 때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면, 까 다로운 절차 없이 수탁자와의 계약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 자 녀들에게 더 많은 재산을 상속할 수 있는 것이죠. 또, 신탁계약의 조건은 그야말로 재산을 가진 위탁자의 마음대로 정 할 수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에는 수익자를 위탁자 자신으로 해 49 법무사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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