른 정치적 삶은 내면에서의 정신적 삶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올바른 정치적 삶을 위해서는 사유하는 정신적 삶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 아렌트의 생각이다. 그래서 아렌트는 인간에게 고독한 사유가 갖는 의미를 강조한다. 『전체주의의 기 원』에 나오는 그녀의 말이다. “고독한 사람은 혼자이며 그래서 ‘자기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인간은 ‘자신 과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나는 고독 속에서 나 자신과 함께 ‘나 혼자’ 있으며, 그러므로 한 사람-안에-두 사람인 반면, 외로움 속에서 나는 다른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고 실제로 혼자 있는 것이다. 엄격히 말해 모든 사유 는 고독 속에서 이루어지며, 나와 나 자신의 대화이다. 그러나 한 사람-안의-두 사람 이 전개하는 대화는 같은 인간들과의 접점을 잃지 않는다. 내가 사유의 대화를 함께 이어가는 동료 인간들이 이미 나 자신 속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아렌트도 말한 것처럼 고독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고독한 사람은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자기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비로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아렌트가 말하는 ‘한 사람-안의-두 사람’의 사유의 대화는 결국 ‘나’와 ‘자아’ 사이 의 대화다. 아렌트 역시 이 같은 생각은 소크라테스에게서 기원한다고 본다. 소크라 테스는 타인과 함께 사는 일은 자신과 함께 사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소크라테스가 주는 교훈은 자기 자신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 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아는 내가 헤어질 수 없고, 내가 떠날 수 없으며, 나와 함께 밀착된 유일한 인격체다. 그러므로 “하나가 되기 위해 나 자신과 불일치하는 것 보다는 전 세계와 불일치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 마지막 문장과 『정신의 삶』 첫 문장에서 반복해서 로마 철 학자 카토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 그 어느 때보다 활동적이며, 혼자 있을 때 가장 덜 외롭다.” 인간이 혼자 고독 속에서 하는 사유는 결국 활동적인 삶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그러니 고독한 사람은 약한 사람이 아니다. 니체도 인간은 고독함으로써 가장 깨어 있고 충만한 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고독한 시간에 가장 많은 생각을 하 고 열정적으로 자기의 일을 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보라. 자발적 고독의 시간을 갖고 자신과의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이 진정으로 힘을 문화의 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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