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뜨렸다. 그로 인해 사법부의 권위 훼손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끼친 고통과 해악은 씻을 수 없을 만큼 크다. 광포한 군부독재 시절의 가련한 굴종과는 그 태양이 전 혀 다르며, 대법원장 스스로 재판거래로 부패한 정권에 협력하고 그 대가를 구하는 모습은 일반 시민의 눈으로 보아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철저한 수사협력, 신뢰 회복의 유일한 해법 양 전 대법원장은 이전의 재판 이력에서도 과연 그가 법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였는지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간첩사건 중 6개의 재판에 관여하였는데, 모두 유 죄판결을 했다. 그러나 수십 년이 흐른 뒤 그중 5개의 판결 은 재심으로 무죄 확정되었고, 나머지 1개의 판결도 곧 결 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의 간첩사건 판결이 모두 잘못된 것으로 확인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역사학자로서 지난 2015년부터 △내란 및 헌정유린, △ 부정선거, △고문조작 및 테러, △간첩조작 등 역사 속 반 헌법 행위자들의 행적을 기록하는 『반헌법 행위자 열전』 편찬을 주도하고 있는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반헌법행 위자열전편찬위원회는 2017년 2월, 즉 사법농단이 밝혀 지기 전에 이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헌법과 법률을 유 린한 재판에 관여한 이유로 ‘반헌법 행위자’로 선정했다” 고 밝힌 바 있다. 한 교수의 위 발표가 있었던 때는 양 대법원장이 재직 중이던 시기로, 현직 대법원장이 반헌법 행위자로 선정되 었다는 것은, 실소를 자아내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새삼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 특히 사법부 독립의 절대적 당위성을 떠올리는 이유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아 직도 자신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심판하였다고 변명하고 있다. 사법부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 다. 사법부는 제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양승태 전 대법 원장과 그에 협조했던 법관들을 척결해야 한다. 3차례에 걸친 사법부 자체조사에서는 법원행정처 임 종헌 차장의 자의적 일탈로 치부되었다. 결국 스스로 환 골탈태의 기회를 놓쳐버린 사법부는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자초했고, 그 결과에 따라 사법부의 위신이 타인의 손에 의해 강제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대법원이 언론을 통해 상고법원 반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국회 개헌특위 참여를 막으려 한 사실, 그리고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활동을 방해하려 한 사실 등이 새로이 알려지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대법원 특 별조사단’의 문건 410건 중 비공개 문건 228건을 공개할 것을 대법원장에게 요구했지만 명확한 답이 없다. 검찰이 청구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농단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법원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차장을 제외하고 모두 기각하였다. 관련 문건과 하드디스크 제출 거부에 이어 사법농단의 핵심인물에 대한 영장 기각은 대법원이 사법농단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대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을 아직도 가볍게 보고 손바닥으 로 하늘을 가리려는 또 다른 과오에 불과하다. 새로운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라 도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수사에 적극 협력하여 실추된 권위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부디 이번 사건의 해결이 토대가 되어 사법부의 진정한 독립과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존중받는 대법원으로 거 듭나기를 바란다.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한 마음이 다. 49 법무사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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