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이 있다. 사회 속에서 제각기 살아 나갈 방도를 찾는다는 뜻이다. 살아가는 환경이 어렵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경쟁 이외에는 다른 길을 찾을 수 없을 때, 우리는 각자 혼자서 살아갈 길을 찾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히 냉혹하고 슬픈 삶의 방식이다. 우리 사회의 공동체에는 수많 은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데, 서로를 쳐다보지 않고 각자 살아가다니. 우리가 함께 살아갈 가능성에 대한 체념이나 절망의 결과라는 점에서 비극적인 일이다. 과연 혼자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인간은 더불어 사는 존재다. 아무리 각 자도생을 외치는 세상이라 해도, 그것은 불행한 삶이 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살아가 는 인간의 소중한 미덕을 알지 못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사랑으 로 산다”며 “모든 인간은 자기만을 생각하고 걱정한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인간은 이기적인 본성을 갖고 있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내 손가락에 상처 를 내기보다 온 세계가 파멸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해서 이성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며, “내 손가락이 다칠지 모르는 순간, 나 이외의 세계는 관심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얼마나 솔직한 얘기인가. 내 손가락이 아프면 일단은 온 신경이 나에게 집중되고, 그 이외의 세상은 나중 일이 되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의 삶과 평안 이 타인의 그것보다 중요하며, 그런 점에서 인간이란 욕망의 지배를 받는 이기주의자 들인지 모른다. 인간들의 이기적 본성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어왔다. 우리가 겪 고 있는 환경파괴, 핵전쟁의 위협, 빈부격차와 양극화, 갈등과 전쟁의 위협은 모두 인 간의 이기적 본성이 지구적 재앙을 불러오고 있는 일들이다. 우리가 이기적 본성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고 장차 인류는 지구상에서 멸망할지 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이 이기적인 행동을 수 행하는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기적 유전자에 반란을 일으킬 이타주의적 능 력을 갖고 있음에 주목한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장래의 일을 내다보는 인간의 능력은 맹목적인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 리를 구해 줄 것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인간에게는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익을 따질 정도의 지적 능 인간은 이기적이나 이타적인 존재 79 법무사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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