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8월호

력은 있다고 도킨스는 설명한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함을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의 이타적 능력이 환경재앙을 막기 위한 지구적 차원의 논의를 하게 만들고, 핵 전쟁을 막기 위한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간이 이기적 본성을 갖고 있 음에도 공멸을 막을 수 있는 이타적 능력 또한 갖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 나아가 인간은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서로에 대한 책 임의 윤리를 갖고 사는 존재다. 그런데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 른다. 자기 하나 살기도 힘든 세상에서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 에 대해 내가 책임져야 할 이유가 반드시 있는 것인가. 각자의 삶은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이 나의 책임은 아니지 않나. 실제로 도덕적 개인주의자들은 자유주의 윤리에 입각하여 그 책임에 대해 소극적 자세를 취한다. 도덕적 개인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자유란 내가 자발적으로 초래한 의 무만을 떠맡는 것이다. 내가 선택하거나 약속한 합의의 결과가 아니라면 내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 내 책임은 내가 떠맡은 일에 한정된다. 도덕적 개인주의자들의 이러한 생각에는 집단적인 책임의식이 들어갈 자리가 없 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조상의 잘못을 떠맡아 대신 책임지는 행동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오늘의 독일인이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책임을 질 이유도 없고, 오늘의 일본인 이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조상 대신 질 이유도 없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경쟁에서 낙오하며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해 책임을 의식하거나 질 이유가 없다. 나와 그들 사이에는 경쟁에서 낙오되었 을 때의 구조에 대한 어떠한 약속이나 합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낙오한 사람들의 어 려운 생활은 그들의 책임이지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동시대의 고통에 대한 공동의 책임이 존재한다. 세월호가 침몰 한 것과 나는 아무런 직접적 관련이 없다. 평범한 시민으로서 나는 그저 텔레비전 뉴 스를 통해 참사의 현장을 지켜봤을 뿐이고, 그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의식할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런데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가 나의, 아니 우리의 책임이라고 느 꼈다. 이윤에 눈이 멀어 아이들이 탄 배를 무리하게 출항시킨 해운회사, 단 한 명도 구 조해내지 못한 무능한 정부를 방치하여 이렇게 위험사회를 만들었던 것이 우리의 책 동시대 고통에 대한 공동의 책임 문화의 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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