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9월호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7월 11일, “예멘 난민이 한국 휴 양섬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피 난민의 아들’ 문재인 대통령이 예멘 난민 문제에 침묵하고 있음 을 지적하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소개했다. 한국 정부가 제주도 무비자 허용 국가 명단에서 예멘을 제외했고, 난민들이 본토로 들 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취업은 낚시, 양식장, 식당일로 제한됐으며 여전히 많은 난민 들이 실직 상태에 처해 있다. 그리고 예멘 난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70만 명을 돌파한 사실도 소개했다. 우리와는 별 인연도 없는 예멘의 난민들이 제주까지 온 것을 불편해하는 국민들이 적 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불만은 우리 먹고사는 것도 힘든데 어째서 그들을 받아주어 야 하느냐는 항변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바탕에는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지구에 사는 인류임에도 불구하고 인종과 국 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은 이방인으로 간주되는 것이고, 언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누명을 쓰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 난민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일어난 우리 사회의 논쟁은 단지 예멘 난민에 대한 인 식을 넘어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철학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사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태도는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건들을 낳아왔다. 인종, 국가, 이념, 정 치적 견해,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박해가 있어왔고 갈등과 전쟁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것에 대한 관용의 필요성은 오랜 역사 속에서 자주 강조되어왔다. 그 고전적 저작이 볼테르의 『관용론』이다. 볼테르는 이 책을 1762년 프랑스에서 일어 난 칼라스 사건을 계기로 썼는데, 한 가족의 처참한 파멸을 가져온 칼라스 사건의 전모를 밝혀 재심과 무죄판결을 이끌어내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볼테르는 인간들 사이의 사 소한 차이로 인해 서로 증오하며 물어뜯는 현실을 우려하며 인간정신의 자유를 옹호했 다. 그것은 곧 관용의 정신이었다. “이렇게 볼 때 종교가 다르다고 서로서로 박해하도록 하는 법은 어리석고 잔인한 것이 다. 이것은 호랑이 같은 맹수들에게나 어울릴 만한 법이다. 아니, 그보다 더 끔찍하다. 왜 냐하면 호랑이들은 먹을 것을 다툴 때만 서로를 물어뜯지만, 우리 인간은 말 몇 마디 때 문에 서로를 죽였던 것이다.” -제6장 「불관용은 자연법인가」 가운데서 “우리의 허약한 육체를 감추는 의복들, 부족한 언어들, 가소로운 관습들, 불완전한 법 률들, 분별없는 견해들, 우리가 보기에는 참으로 불평등하지만 당신이 보기에는 모두 똑 사소한 차이로 인한 증오 거두자 79 법무사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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