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9월호

사람의 동조자를 끌어들여 마치 자기 토지인 양 매수 자를 모집해 토지를 팔았던 것이다. 필자는 일단 주범 이장을 임의 동행하여 범죄를 추 궁하기 위해 현지로 나갔다. 그런데 수사관의 출동에 이장이 겁을 먹었던지 순순히 범행 일체를 자백하면 서, 사건 관련자 5명을 고구마 줄기 캐듯 줄줄이 한 차 에 태워와 구속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스토리가 끝났으면 참 좋았을 텐데, 사건의 피해자 조사를 위해 피해자를 출석시키려고 보니 하필 그 피해자가 건설공사 현장에서 낙하물에 맞아 사망한 현장소장의 부인이었다. 부인 혼자 어린 두 아이와 살기 위해 남편의 퇴직금과 사망위로금 등 전 재산을 털어 사 기인 줄도 모르고 토지를 구입했던 것이다. 필자의 책상 앞에서 눈물만 뚝뚝 흘리던 그 부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남편 없이 홀로 된 미망인과 재산 한 푼 없이 자라날 두 아이의 처지가 무척 딱해 보여서 필자는 피의자들을 구속, 송치한 후 백방으로 도울 방 법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결국 묘안을 낸 것이 피해 토지를 국가로 귀 속시킨 후 피해자가 피의자들로부터 적정한 합의금을 받아 그 돈으로 위 토지를 불하받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 묘안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얼마 후 피해 자가 웬 커다란 보따리 하나를 들고 사무실로 찾아왔 다. 너무 감사하다며 한참을 인사를 하더니 책상 위에 그 보따리를 내려놓고는 후닥닥 달아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낌새를 채고 보따리를 집어든 후 벌써 도로 까지 가버린 그를 쫓아갔다. 하지만, 그는 죽어도 돌려 받을 수 없다고 버텼다. 하는 수 없이 보따리를 길에다 내동댕이치고는 돌아왔는데 그날 저녁, 그가 울면서 전 화를 했다. 제발 자신의 성의를 받아달라며…. 어떻게든 감사를 표하는 것이 인간된 도리라 생각하 는 그 마음을 계속 거절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 당시 수사과 임00(재경 검찰청 국장 역임, 현 법무사) 과장 에게 보고를 하고, 연말에 전 직원들에게 저녁을 사는 것으로 대신하도록 했다. 그 부인과 아이들은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문 득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곤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민의 입장에서 최근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세간 의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오랜 세월 검찰직 공무 원으로 재직했던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반드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세계적으로도 고소 등 형사사건이 많은 우리나라에 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했을 때 이를 승복하지 않는 사건당사자들의 이의신청 등이 많아질 것이고, 이를 또다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한다면 재정신청이나 헌 법소원으로 가는 사건이 훨씬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 다. 그렇게 되면 복잡한 사건의 경우, 자원낭비 인력 낭 비 등이 엄청날 것이다. 부디 국민의 입장에서 진실 발견과 인권 보호의 측 면이 최대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매듭지어 지기를 바란다. 87 법무사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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