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9월호

만, 독일군이 그 사실을 모른 채 에니그마를 계속 사용 하게 하려면 ‘영국이 에니그마 해독을 못 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했다. 이를 위해 에니그마 탈취 ‘연출’ 용 특공대를 보냈던 것인다. 작전은 실패하는 것으로 설계되었지만, 특공대 가 임무를 너무 잘(?) 완수하려 하자 독일군 쪽에 ‘밀고’ 를 자행했던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특공대 원들 역시 자국의 정보기관에 분노하지만, 당장은 살아 남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국가의 승리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 하는 첩보원의 세계는 그만큼 냉혈한들이다. 『시크릿 파일 국정원』(메디치, 2016년), 『시크릿 파일 반역의 국정원』(메디치, 2017년)을 썼던 김당 기자의 야 심작 『공작 1, 2』는 국정원이 북한 쪽에 심은 ‘공식(?) 이 중스파이 흑금성’의 활약상을 담은 99% 실화다. 1%는 인간 기억력과 정보의 한계다. 자신의 암호명이 ‘흑금성’이란 사실도 몰랐던 국정원 의 전신 안기부의 공작원, 박채서 씨는 북한에 군사정보 를 넘겨준 ‘간첩죄’로 6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2016년 5 월 만기 출소했다. 그 또한 믿었던 상관들이 일신의 안위를 위해 배신함 으로써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자의 낙인이 찍힌 ‘에니 그마 특공대’였기에 감옥에서 6년 동안, 이중 첩보원으 로서 중국과 북한을 넘나들었던 자신의 과거를 꼼꼼히, 처절하게 기록했다. 그 기록을 국정원 전문기자 김당이 철저하게 검증하 고 보강한 책이 바로 『공작 1, 2’』다. 8월에 개봉된 영화 「공작」의 논픽션 원작이기도 하다. 1987년 대선 직전 터졌던 ‘KAL기 폭파사건과 김현희 압송’을 필두로 남한의 주요 선거 때면 어김없이 ‘판문 점’에서 사건이 터졌다. 반복되는 사건들은 선거마다 폭 발적 영향을 미쳤고, 국민들은 그런 사건들의 ‘우연성’에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1997년 대선에는 ‘모 후보의 지지율 반등을 위해 북 한 쪽에 판문점 총격 시위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선거 직전 ‘우연히(?)’ 밝혀짐으로써 의심만 하던 국민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며 공작은 실패로 끝났고, 관련자들은 처 벌을 받았다. 이른바 ‘총풍사건’ 또는 ‘북풍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박채서는 90년대 이러저러한 남북 첩보전, 공작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 정보를 빼 내기 위한 국정원의 창(槍)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방패를 뚫고 ‘김정일’이라는 최고의 공작 목표물 접근에 성공한 첩보원이었다. 물론,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첩보원들이 라 실패한 공작과 첩보원만 드러나 문제가 되는 것이 업 계의 불문율, 그가 김정일 접근에 성공한 유일한 공작원 이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북한 용천역 기차 폭발 사건이 핵개발과 관련된 첩보전의 결과’라는 ‘추리’ 역시 첩보업계 밖 사람들에게는 상상화에 머문다. 『공작 1, 2』는 그 업계 속으로 실감 나게 들어가 볼 기 회다. 영화를 보고 책을 보면 책이 생생하고, 책을 보고 영화를 보면 배우들의 연기를 평가할 안목과 여유가 생 긴다. 총풍사건, 북풍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다 89 법무사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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