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없는 성관계 처벌하되, 동의 기준 마련해야 ‘비동의 간음죄’ 도입과 그 입법을 위한 과제 황상민 법무사·전국여성법무사회 여성법위원회 위원 1. 들 어가며 _ 왜 “NO”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30년 전 고등학생인 필자는 사립여고에 다녔다. 학교에 는 오래 근무한 교사가 많아 젊은 교사들보다는 40~50 대의 교사가 더 많았다. 나이 든 교사들은 여학생들의 목덜미며 겨드랑이를 아 무렇지도 않게 슬슬 만지곤 했다. 얼굴만 한 손바닥을 펴 서 여학생의 얼굴을 쓰윽 훑어 내리는 교사도 있었다. 대학교에 진학했다. 1학년 교양수업에 들어갔는데 교수 가 한 친구에게 말했다. “너같이 눈두덩이가 까맣고 얼굴이 까무잡잡하게 생긴 여자가 섹시한 거야.” 신문방송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어느 날 대 학원생들은 병원에 입원한 교수의 병문안을 갔다.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성적 농담과 성희롱을 시작했다. 남학생과 여학생 등 여러 명의 대학원생이 있었지만 누 구도 그에 대하여 반박할 수 없었다. 교수는 그저 농담이 라고 여길 뿐이었고, 우린 논문과 취업이 그의 손에 걸려 있는 대학원생이었다. 수치스러웠지만 어찌해야 할지를 알 수 없었다. 비겁하 기도 했고 무지하기도 했다. 보다 못한 간호사가 나서서 “당신들 대학원생 맞느냐? 바보들 아니냐? 그런 말을 듣 고도 가만히 있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으냐?”고 하였다. 우 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필자는 매우 평범하게 성장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내세울 것도 없지만 크게 모자라지 않은 고등학생이었고 대학생이었으며 대학원생이었다. 그렇게 평범한 나의 곁에는 성추행과 성희롱이 늘 존재 하고 있었고, 더 깊이 들어가면 성폭행도 존재하였다. 그 것은 너무나 일상적이고 만연한 것이어서 ‘범죄’라고 인 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녀를 떠나서 그러하 였다. 평범한 학창시절을 거쳐 오며 교사와 교수들이 저지르 는 성적 범죄에 대하여 학생들은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 이 어려웠다. 물론 개중 당찬 학생은 ‘아니요’라고 할 수 있 었을지 모르지만 평범한 우리들은 대부분 어쩔 줄을 몰랐 시사 속 법률 주목! 이 법률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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