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반지를 빼들고 나오게 된다. 그 반지를 끼고서 흠집 난 곳을 안으로 돌리면 자신의 모습 은 보이지 않게 되고, 밖으로 돌리면 자신의 모습이 다시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기게스는 나쁜 마음을 먹게 된다. 이 반지를 이용해 왕비와 간통하고, 칸다우레 스왕을 암살하여 왕위를 찬탈해 스스로 리디아의 왕이 된다. 그래서 글라우콘은 소크라 테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런 경우에 올바름 속에 머무르면서 남의 것을 멀리하고 그것에 손을 대지 않을 정도 로 그처럼 철석같은 마음을 유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같이 생각됩니다.” 기게스 반지 이야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인간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있어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면, 다들 기게스처럼 나쁜 짓을 할 것이라는 의 미다. 흔히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이 몰래 뇌물을 받는 경우가 그럴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 는 곳에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밖에는 모를 것이라는 판단 앞에서 양심은 무너지게 된다. 두 번째는,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게스의 반지 같은 무서운 힘이 주어졌 을 때 부와 명예, 권력을 얻기 위해 나쁜 행동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 력을 갖고 폭력적인 통치를 했던 독재자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우리는 과연 도덕적으로 살아야만 하는 것인가. 기게스처럼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굳이 도덕적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우리가 도덕적으로 살려는 이유는 단 지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만은 아니다. 인간의 도덕은 사회적 규범으로 요구받는 측면도 있 지만, 인간 내면의 양심에 따른 자발적 성격 또한 갖고 있다. 자기의 양심에 기초한 도덕률 이 우리로 하여금 바른 삶을 살도록 자신에게 명령하는 것이다. 양심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을 경계하며 반성할 수 있는 능력 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인간은 양심에 어긋나는 비도덕적 행동을 했을 때 부끄러워하게 된다. 부끄러움은 ‘나’만의 것이 아니며, 나 만의 밀실에서 혼자 부끄러워하고 마는 일이 아니다. 나는 부끄러워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해서 세상 으로 나간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에는 잘 알려진 ‘열쇠구멍’ 이야기가 나온다. 사트르 트는 열쇠구멍을 몰래 들여다보는 ‘나’의 이야기를 통해, 타인의 시선과 자아형성 사이에 있는 부끄러움의 역할에 대해 말한다. “나는 질투심에 불타서 혹은 호기심에 문에 귀를 바짝 붙이고 열쇠구멍으로 안을 들여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게 하는 양심 문화의 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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