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10월호

그 양심은 절망을 껴안고 뒹군다.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학살을 목격한 많은 지성들은 참담한 절망 속에서의 부끄러움을 토로했 다. 2차대전이끝난뒤독일철학자아도르노는아우슈비츠유대 인수용소를가보고는학살의참상앞에절망했다. 그래서아도르 노는 “아우슈비츠이후에시를쓰는것은야만”이라고했다. 더이상시를쓸수없다는것 은 부끄러움의 표현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그 같은 학살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는데대한자괴감으로더이상시를쓸수없는것이다. 하지만아우슈비츠이후에도시인들은시를썼다. 부끄러움과죄책감이엄습할수록오 히려시를썼다. 야만적이라는소리를들을지언정, 학살을증언하고부끄러움을표현하는 시라도써야죄책감을조금이라도덜수있었기때문이다. 시인 최명란은 아우슈비츠를 다녀오고서도 일상을 챙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고통스럽게고백했다. “아우슈비츠를 다녀온 이후에도 나는 밥을 먹었다 / 깡마른 육체의 무더기를 떠올리면 서도 / 횟집을 서성이며 생선의 살을 파먹었고 / 서로를 갉아먹는 쇠와 쇠 사이의 / 녹 같 은연애를했다.” - 「아우슈비츠이후」 중에서 그것은 아우슈비츠에 다녀오고서도 태연히 일상을 살고 있는 자기 모습의 부조리함에 대한고백이었다. 도대체인간이란어떤존재일까. 모두가고통스럽게죽어간상황에서도 나의기적같은생존을다행스럽게여길정도로이기적속성을갖고있는것이인간이아 니던가. 하지만인간은그러면서도자신의이기적태도에대해부끄러움을느끼며반성하 는능력을가진존재이기도하다. 이서로다른두가지가우리의내면에공존하기에인간 은번뇌하며그삶이고통스러운지모르겠다. 이탈리아작가프리모레비도아우슈비츠에서살아남은뒤, “최악의사람들, 즉적자(適 者)들은생존했고, 최고의사람들은모두죽었다”며살아남은자의죄의식을아프게고백 했다. 그에따르면살아야할사람들이죽은것이고, 죽어도될사람들이살아남은것이다. 그래서 레비는 묻는다. 나보다 더 관대하고, 더 섬세하고, 더 현명하고, 더 쓸모 있고, 더 자격있는사람대신에내가살아남은것은아닌가? 그런생각을떨쳐버릴수가없다. 그래 서자신을찬찬히검토하고, 자신의기억들을모두되살리려애쓰며스스로를점검해본다. 레비가 자신의 범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하면서도 그토록 고통스러운 것은, 진짜 증인이 아우슈비츠를 다녀온후에도 나는 밥을먹었다 문화의힘 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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