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10월호

순회심판소의조정경험 순회심판소에서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조정 업무를 실험해 보았던 것이다. 심판 소 일을 하며 필자는 순회심판소가 오히려 순박한 시 골사람들에게 법률 분쟁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하 는의문을가졌다. 어느 날 순회심판 판사에게 그런 얘기를 했더니 “그 렇다면 사전에 전화라도 해서 조정을 한번 시도해 보 라”고했다. 그때부터적극적으로전화나출석을통해당사자들 간의 화해를 권유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 로 효과적이었다. 거의 80% 이상의 사건이 사전에 합 의되어소송이취하되었다. 재판절차에서도 시골 사람들은 순진하고 소박하여 쉽게조정이성립되었기때문에실제판결로이어지는 사건은거의없었다. 이를 계기로 필자는 조정제도의 효과에 대해 큰 관 심을 갖게되었다. 지금까지도상근조정위원으로서민 사·가사조정위원을하고있는계기가되었다. 어느상급자보다권위있었던 ‘보장’의존재 70년대에는 오랫동안 법원서기보에서 승진을 하지 못해 “輔(보)”의 꼬리표를 떼지 못한 고참 법원서기보 를일러 ‘보장’이라불렀다. 명칭이 생긴 이유에서부터 뭔가 기운이 느껴지듯이 이보장선배들은신규직원들에게그어느상급자보다 두려운존재였다. 점심시간에한담을나누느라잠시계장책상에앉았 다가크게혼나기도하고, 여름에남방차림으로출근했 다가 양복 정장(그것도 곤색이나 검은색)을 하지 않았 다고 지적당하기도 하고, 예절과 근태를 문제 삼는 등 보장들의군기잡기가보통이아니었기때문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들 보장에게 대들거나 항의하 는 일은 없었다. 그들의 엄청난 근속수 때문이기도 했 지만, 오랜 경력으로 모르는 업무가 있거나 안 풀리는 문제들을 가르쳐 주거나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도 했 기때문이다. 이런 보장들의 존재는 사실 법원의 승진 적체 문제 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지방법원마다 법원서기보에서 법원서기로의 승진 적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큰 과 제였다. 서울민사지방법원의 경우는 법원서기보가 법원서 기로 한 단계 승진하는 데 7~8년이 걸렸고, 가장 심각 했던광주지방법원의경우는무려 9, 10년이걸렸다. 이러니 법원서기보에서 서기로 승진하는 사람은 계 장으로 승진한 사람 이상으로 축하를 받았다. 필자도 다른 동기들이 법원주사보에서 법원주사로 승진할 때 간신히 법원서기보의 꼬리를 뗄 수 있었다. 생각해 보 면여러모로열악했던시절이었다. 하루 14시간근무, 끔찍했던서부등기소시절 1978년경 서울민사지방법원 서부등기소 등본주임 으로근무할때의일이다. 어느날경찰관한사람이등 기권리증을 잃어버려 3만 원(당시 등기부등본 수수료 는 500원)을주고다시만들었다며찾아왔다. 그런데 살펴보니 등기권리증이 아니라 등기부등본 이었다. 평생 등기부등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경 찰관에게 누군가 등기부등본을 등기권리증이라고 사 기를쳤던것이다. 88 법조, 그땐그랬지 문화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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