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인간에게 언제나 두려운 상대였다. 누구도 예외 없이 언 젠가는 죽게 되어있다는 불안감은 인간의 삶 내내 따라다닌다. 그 래서 흔히 죽음 하면 떠오르는 것은 종말, 고통, 불안, 공포 같은 것들이다. 죽음은 삶과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막상 삶과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죽음은 삶과 같이 간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하고, 죽어가면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언제인가 는 죽는다는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기에 우리는 자신의 삶을 그에 맞춰 채워나가는 것이 고, 결국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우리의 얘기는 생 각처럼 어둡고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죽음을 인식하고 슬퍼하는 것이 인간만은 아니겠지만,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들이 갖 지 못한 무엇이 있다. 그것은 죽음을 삶의 전체 과정 속에서 이해하는 능력이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자기의 삶 전체를 생각하며 그 속에서 죽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하이데거는 말했다. 죽음을 이해하고 자기 삶 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인간밖에 없 다고. 인간은 자기 삶 속에서 죽음이 무엇인가를 미리 생각하고 죽음을 맞을 수 있기 때문 에 그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 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인간은 왜 죽음을 두려워해 왔던가. 햄릿은 삶과 죽음 사이의 딜레마를 이렇게 표현 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죽는 건―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 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 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의 이 유명한 독백을 통해 ‘사느냐 죽느냐’ 사이에 서있는 인간의 영 원한 고뇌를 표현했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숙부를 향한 행동에 나서야 했지만 햄릿은 생과 사의 기로에서 내내 번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햄릿은 숱한 고통을 사라지게 할 죽음을 스스로 택하지 못했다. 햄릿이 고통과 좌절의 삶 속에서도 당장 죽음을 선택하지 못하며 주저했던 이유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 안 때문이었다. 인간은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79 법무사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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