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11월호

햄릿의 고뇌는 시공을 초월한 모든 인간의 번뇌이며 딜레마이다.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기에 인간은 죽음을 쉽게 선택하지 못한 채 삶과 죽음 사이를 배회하게 된 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것을 지각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죽음 이후를 전 혀 알지 못하는 데 따른 불안감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죽음 이후의 세계에 갔다가 되돌아 온 사람이 없기에 우리는 죽음 이후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가 없다. 생과 사는 동시에 존재할 수 없기에 우리는 죽는 순간부터 죽음에 대해 지각할 수가 없 게 된다. 그래서 인간에게 죽음은 영원한 미지의 영역이고, 그래서 죽음에 대한 불안을 떨 쳐버릴 수가 없다. 죽음이 두려운 또 다른 이유는, 언제 나를 찾아올지 알 수가 없 기 때문이다. 죽음은 예정대로 오지 않고 불시에 닥쳐온다. 각종 사고나 재난으로 갑자기 죽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길을 가다가 알 지도 못하는 사람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경우도 있다. 갑자기 심각한 병을 발견하 게 되어 뜻밖에 단명의 비운을 맞기도 한다. 위험사회 속에서 생물학적인 수명을 다 채우는 삶은 막상 쉽지 않다. 그래서 죽음은 언 제나 우리 곁에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낳는다. 우리가 알 수도 없고, 예상할 수도 없는 죽음은 언제나 두려운 상대이다. 그렇다고 죽음을 누가 대신해줄 수 없지 않은가. 인간에게 죽음은 대체불가능한 일이 다. 병에 걸린 자식의 죽음이 아무리 안타깝고 슬퍼도 부모가 대신 죽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낫다’는 말은 실현될 수 없는 마음일 뿐이다. 나의 죽음은 오롯이 나 의 것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외롭고 무서울 수 있는 것이 죽음이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했던 많은 철학자들은 죽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또한 말했다. 에피쿠로스는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니, 그렇게 생각하는 데 익숙 해지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여러 가지 재액 가운데서도 가장 두려운 것으로 되어있는데 사 실 우리에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현실로 우리가 살아서 존재하고 있을 때에는 죽음은 우리가 있는 곳에는 없고, 죽음이 실제로 우리에게 닥쳐왔을 때에는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나, 또 죽어버린 사람들에게 있어서나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죽음은 아무 것도 아닌 것 문화의 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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