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11월호

그래서현자는삶을회피하지도않거니와삶의중단을두려워하지도않는다. 왜냐하면 현자에게있어서는살아있는것이아무런번뇌도되지않고, 또삶을중단하는것이무언 가 나쁜 일로 생각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훌륭하게 살기 위한 수련과 훌륭하게 죽기 위한 수련은본디같은것이었다. “죽음은 그것을 기다리는 만큼 괴롭지 않다”고 했던 오비디우스, “죽음은 한순간의 이 동이니만큼, 생각으로밖에는느껴지지않는다. 사실우리가죽음에서주로두려워하는것 은습관적으로죽음에앞서오는고통이다”라고했던몽테뉴, 모두가죽음은막상아무런 고통이아닐것이니두려워하지말것을얘기했다. 물론죽음은나에게는일생일대의최대사건이다. 내가더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보다 더 큰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나 의 죽음은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만 큰일일 뿐, 거대한 자연의 이 치로보면아무일도아니다. 사실 세상에 태어나서 생식의 임무를 마친 개체가 노화하고 죽는 것은 진화의 법칙으 로볼때지극히당연하고자연스러운일이다. 만약그렇지않고한번태어난개체가영구 히살게된다면지구는유지될수없을것이다. 생식의임무를마친개체는자신이낳아놓은개체들이성장하고살아가는것을보면서 자신은 죽어가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그렇게 내가 죽어야 내가 낳은 개체들이 뒤를 이 어살아갈수있는것이다. 내가 오래오래 살고 싶은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희망일 뿐, 진화의 법칙에게는 그 같 은 사정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나에게는 잔인한 일이지만, 내가 죽어야 지구상의 모 든 개체들이 평화롭게 사는 환경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나는 죽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어찌보면이넓은우주에서먼지하나왔다가가는것만도못한것이우리의탄생과죽 음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의 생명이 태어났다가 죽어간 것일까. 분 명한 것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당사자로서의 집착을 떠나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생각한다면 죽음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렇기에 너무 원통해할 일은 아니다. 하이데거는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죽기에는 충분히 늙어있다”며 인간을 가리켜 ‘죽을 산다는것은 죽어간다는 것 81 법무사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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