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모든 인간은 수명이 제한되어 있다. 언제인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삶의 유한 성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의 의미를 각별하게 만든다. 만약 인간의 삶이 유한하지 않 고 영원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기 삶에 대해 긴장하지 않 게 될 것이다. 어차피 무한성이 보장되어 있는 삶에서 절박한 것은 없다. 이렇게 한 번 살아보고, 그러 다 안 되면 다시 저렇게 살아보고, 그런 식의 삶의 태도가 생겨날 것이고, 삶의 소중함 같 은 것은 성립하기 어려운 얘기가 된다. 그때의 삶은 가치 없는, 거리에 나뒹구는 돌멩이 같 은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로베르트 슈페만은 “영원한 삶 속에서는 어떤 것도 귀중하지 않다”고 말한다. 인 간이 영원히 산다는 것은 모든 순간, 모든 기쁨, 모든 인간적 만남이 무의미한 것으로 퇴색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 된다면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똑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매 순간 이 귀중한 이유는 우리의 인생에서 그 시간이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삶의 비극성이, 이제 죽음이 있기에 오늘의 삶이 귀중하다는 새로운 인식으로 변화하게 된다. 삶의 유 한성, 즉 죽음에 대한 인식은 삶의 귀중함을 일깨우는 것이요, 지 금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높이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자신이 받았던 죽음 선고가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말하며 죽음을 생각하라고 당부한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인생의 결단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모든 외부 의 기대, 자부심, 수치스러움과 실패의 두려움은 ‘죽음’ 앞에선 모두 떨어져나가고 오직 진 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입니다. 여러분은 죽을 몸입니다. 그러므로 가슴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그러면 나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나는 과연 죽을 때까지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죽는 것은 나다. 나는 내 모습을 지 킨 채로 나의 죽음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내 삶의 숙제이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83 법무사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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